[SBA X 스케일업코리아] SBA와 스케일업코리아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정해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도록 돕는 '스케일업 프로젝트 2022'를 진행합니다. 'BM 분석'을 토대로 '전문가 조언'과 '팀장급 실무 인력과의 협업'을 이끌고, 이렇게 이룬 '성과를 점검'합니다.
2022년 스케일업에 선정된 우수 스타트업 다섯 곳(딥파인 / 트랜쇼 / 드리머리 / 웍스메이트 / 부엔까미노)을 만나봅니다.
산업용 증강현실 도구 ‘아론(ARON)’을 개발한 딥파인은 업력은 짧지만, 경기도와 현대건설 등 대규모 기관과 기업에 맞춤형 AR 솔루션을 설계·공급했다. 풀무원과 롯데 등 대형 유통 기업과 원격 시설 점검 도구를, 메르세데스벤츠와 영업용 증강현실 쇼룸을 함께 만든 경력도 있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대표(왼쪽)과 김현배 딥파인 대표.
딥파인을 이끄는 김현배 대표는 아론을 더 많은 기업에게 알리고, 원격 점검을 비롯한 맞춤형 AR 솔루션의 장점을 전달할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 고객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이렇게 늘어난 고객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딥파인의 인력과 개발 자원은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도 고민이다. 무엇보다, 곧 다가올 스마트 글래스 시대에 경쟁사를 앞설 무기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스케일업코리아에 합류해 숱한 스타트업의 고민을 풀고 조언을 준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대표가 김현배 대표를 만났다. 그는 딥파인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거기에 맞는 장점을 강화하라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앞세워 파트너 기업을 늘리고, 경쟁에서 앞설 기술 연구 개발도 서둘러 하라고 말했다.
딥파인, 증강현실 상업 기업 될 것인지 기술 기업 될 것인지 정해야
강재상 대표 : 반갑습니다. 먼저 딥파인의 창업 동기와 지금까지 거둔 성과, 대표의 고민을 들어볼까요?
김현배 대표 : 원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다, 국가 R&D 과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스마트 글래스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공공 기관에서 쓸 스마트 글래스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었는데, 덕분에 스마트 글래스의 장점과 가능성에 눈 떴습니다.
회사를 설명하는 김현배 딥파인 대표.
덕분에 국내외의 다양한 기업과 증강현실 솔루션 파트너를 맺었고, 스마트 글래스 리셀러 인증도 추진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영업과 기술 지원을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 포 스타트업(Microsoft for Startup)’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SKT와 함께 엣지컴퓨팅을 연구하며 여러 기업을 소개 받기도 했습니다.
강재상 대표 : 성과는 많이 거뒀네요. 한편으로는 지금이 가장 힘들 시기라는 생각도 들고요.
김현배 대표 : 네 맞습니다. 일단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하기 힘들어요. 영업과 개발 등 자원이 많이 들어서요. 우리나라 1위 건설사와 대형 기관이 아론을 쓰는데, 고객사는 늘리고 자원은 줄여야 합니다. 클라우드화, 범용 솔루션 개발 등 여러 방법을 찾고 있는데,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즈니스모델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론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생각도 들고요. 산업용 증강현실 기술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고객사를 늘려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서 고민입니다.
조언을 건네는 강재상 대표.
스마트 글래스의 시대는 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오느냐, 더 중요한 것은 딥파인이 그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에요. SKT, 세계 기술 기업과 협업한 것은 좋은 신호에요. 이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아주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이들과 함께 일한 것 자체가 자부할 만해요. 옥석혼효인 증강현실 시장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났으니까요.
먼저 딥파인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상업 회사로 갈 것인지, 기술 회사로 갈 것인지 정하세요. 궁극적으로는 두 개의 속성을 모두 가진 회사가 돼야 하지만, 지금 당장 둘 다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투자를 받지 않은 지금 이것을 정해야 해요. 그래야 앞으로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김현배 대표의 생각대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상업 회사로 가려면 B2B 수주 사업의 핵심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해요.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됩니다. 딥파인은 맞춤형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에게 전달했는데요, 그러면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아야 합니다. 가격을 비싸게 받아야 해요.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비싸야 합니다. 수익 위주로 운영하고,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 받으세요. 여기에 기업이 중요하게 여기는 보안 요소까지 더하면 좋겠습니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대표(왼쪽)과 김현배 딥파인 대표.
B2B 수주 사업의 팁을 한 가지 드릴게요. 기업의 사업 계획을 미리 반영해 움직이세요. 대개 기업은 10월경 다음 해의 사업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면 6월 즈음, 여름부터 영업을 해야 해요. 한 기업의 사업 계획에 포함된 일이라면, 규모도 아주 클 것입니다. 그러니 대표가 직접 움직이며 영업을 해야 합니다.
기술 회사로 가려면 지금까지 딥파인이 이룬 성과를 앞세워 신뢰를 쌓으세요. 여기에 압도적 기술 격차를 포함해야 합니다. 딥파인은 성과는 잘 내 왔는데, 그 만큼 기술 격차를 키워 나가야 합니다. 아론은 증강현실 기술이 당연히 줘야 할 서비스를 주고는 있는데요, 앞으로는 차별화된 기술 격차를 찾거나 만들어 제시해야 합니다. 딥파인의 아론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술 혹은 서비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 격차를 만들어 놓으면 스타트업의 정체성을 굳힐 수 있고 투자를 받을 때에도 유리해요. 고객사가 증강현실 기술을 쓰며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부터 개선해보세요. SKT와 5G MEC를 함께 개발한 것은 아주 좋습니다. 증강현실의 한계, 통신 속도 저하나 단절을 해결할 기술이니까요.
또 하나, 스마트 글래스의 사용처를 넓혀보세요. 딥파인의 아론은 주로 공장 안에서 쓰는데요, 그 밖의 사용처를 발굴하세요. 석유 화학 부문이 좋겠네요. 규모가 크고, 한참 증강현실을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도입을 시도하고 있거든요. 건설 기계 부문도 떠오릅니다. 건설 기계는 사람이 가서 점검해야 하니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점검이 잘못돼 기계가 멈추면 전부 비용이 돼요. 이 부문에 딥파인의 장점인 증강현실 원격 점검을 제시해 보세요.
성과 앞세워 고객사 늘리고 소통하며 붙잡을 것
김현배 대표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고객사인 B2B 기업에게 접근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기업 담당자 등 인맥을 통해야 할까요?
강재상 대표 :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AWS, 메르세데스벤츠 등 외국계 기업, 우리나라의 SKT와 유통사 등 이름 난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꾸준히 했잖아요? 이 자체가 홍보 수단입니다. 2021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 시도할 스타트업을 찾아 적극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딥파인이 이룬 성과를 자랑스레 내세우세요.
고객사를 찾을 때 서울창업허브(SBA)나 무역협회 등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대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목 말라 합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거에요. 먼저 POC(Proof Of Concept, 기술 개념 증명) 단계로만 기업에 접근해도 충분합니다. 적극 나서서 기업에 연락하고, 딥파인의 기술과 성과를 알리세요.
아론으로 다양한 증강현실 원격 점검 도구를 만든다. 출처 = 딥파인
김현배 대표 : 산업용 증강현실 도구에 이어 어떤 시장을 공략하면 좋을까요? 교육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강재상 대표 : 교육, 유아동 시장은 매력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교육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에요. 그런데, 딥파인은 콘텐츠가 아니라 기술에 강점을 가진 기업입니다. 콘텐츠를 제공할 교육 기업과 협업하거나 해서 콘텐츠 개발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스마트 글래스가 아이들의 눈 건강에 나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부모 소비자들의 생각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메타버스, 인공지능을 다루는 스타트업 상당수가 교육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사실 제대로 된 계획과 콘텐츠를 보여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교육 시장의 핵심은 콘텐츠라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김현배 대표 : 고객사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조언도 구하고 싶습니다. 딥파인의 고객사는 지금도 많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딥파인 담당자가 고객사와 소통하는데 많은 자원이 드는데요,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요?
딥파인이 개발한 산업용 증강현실 원격 점검 도구들. 출처 = 딥파인
강재상 대표 : 지금의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B2B 고객사인 기업은 시스템으로는 관리할 수 없어요. 시스템으로 관리가 되는 순간 그 유형은 B2B가 아니게 됩니다. 어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전사적 고객 관리) 시스템도 B2B를 관리하지 못했어요. 지금처럼 담당자를 두고, 고객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낫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B2B 고객사에게 B2C 고객에 쓰는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적용하세요. B2B 고객사가 딥파인을 알게 된 동기와 도입할 지 고민하는 절차, 실제 아론을 도입한 후 다시 선택하는 일련의 상황들을 자세히 조사해보세요. 그리고 여기에 ‘고객사의 감정’을 추가하세요. 고객사 담당자의 성향이나 요구를 파악해 고객 여정에 추가하면 요긴할 것입니다.
경쟁 심한 증강현실 시장, 명확한 가치와 차별화 만들어야
김현배 대표 : 감사합니다. 증강현실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재상 대표 : 딥파인의 가치를 높일 방안을 연구하세요. 회사의 정체성을 정하고, 기업 공개 자료로 딥파인의 매력과 장점을 소개하세요. B2B뿐 아니라 B2C 기술도 준비하면 기업 공개 자료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딥파인이 성장할 기반을 닦는 단계이지 B2C 기술을 준비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경쟁 기업과 다른 새로운 B2C 증강현실 기술이나 서비스를 외친다면 그 자체로 주목 받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증강현실을 메타버스와 묶어서 소개합니다. 천편일률이에요. 이와 다른, 새로운 매력을 줄 서비스를 제시하세요.
김현배 대표 : 그렇군요. 그러면 B2C 기술이나 서비스 등 새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찾았더라도 어떻게 검증할 지 고민이 되네요. 지금까지는 성장하느라 마케팅,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잘 쓰일지, 성공할지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요?
딥파인 스케일업 현장.
강재상 대표 : 젊은이들에게 물어보세요. 딥파인에도 젊은 직원들이 있지 않나요? 이들에게 물어보면 그럴싸한 이야기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나올 것입니다. 그 속에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젊은 소비자를 모아 팬덤을 만드는 것도 좋겠습니다. 증강현실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을 젊은 소비자들은 궁금해합니다. 대학교 진학상담처 등에 문의해서 출강 기회를 잡아보세요. 젊은 소비자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그들의 소감과 아이디어를 들으세요. 이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적극 사용할, 딥파인의 잠재 고객이기도 합니다. 잠재 고객에게 이름을 알리는 기업은 많지만, 이들의 의견을 일찍부터 듣고 반영하는 기업은 드물어요. 그래서 이것은 딥파인이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나갈 방법이기도 합니다.
김현배 대표는 강재상 대표의 조언을 듣고 심사숙고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밝혔다. 강재상 대표는 자리를 마무리하며 ‘증강현실 기업이 으레 말하는 ‘미래 산업’이나 ‘메타버스’가 아닌, 딥파인만의 장점과 미래를 나타낼 단어나 문구를 찾아 적극 홍보하라’며 차별화를 다시 강조했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