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은 ‘부동산 정상화’를 목표로 “임대차 3법의 적절한 개정과 보완 장치를 마련”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토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도 11일(오늘)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대차 3법의) 실제 작동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7일 ‘임대차 신고제 정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라는 용역긴급입찰 공고를 냈다. 연구의 목적은 “임대차 신고제가 일상적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출, 세제 등 유관 제도와의 연계 강화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 달 뒤 출범할 새 정부 방침과는 정면충돌하는 조치이다.
● 국토부, 임대차 신고제 강화 추진
입찰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임대차 3법의 시행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대차 신고제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돼 12월까지 7개월 간 76만 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갱신계약 약 15만 건(20%) 중 절반을 넘는 53.2%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고, 75.2%가 인상률 5% 이하였다고 밝힌 것이다. 임대차 신고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냈다는 의미이다.
이런 분석 결과들을 바탕으로 임대차 신고율 제고 및 제도 저변확대를 위해 대출이나 세제 등 유관제도와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임대차 신고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홍보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대차 신고정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주거급여나 주민등록 등 유관제도와 정보 연계방안도 세워야 한다.
9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될 이번 용역입찰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15~19일까지 사업신청서 접수가 진행된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과업에 착수한 뒤 9개월 이내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즉 서둘러도 올해 말 이후에나 연구결과가 정부에 전달된다는 뜻이다.
● 윤석열호, 임대차 3법 손보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2.3.29 인수위사진기자단
‘부동산 대선’이라 불릴 정도였던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부동산 정상화를 별도의 항목으로 내걸고 중요하게 다뤘다. 특히 “주택임대시장을 정상화하여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강화하겠다”며 “임대차 3법의 적절한 개정과 보완 장치 마련을 통해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관련 공약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30일부터 별도로 팀을 구성해 가동 중인 ‘부동산태스크포스(TF)’도 첫 일성으로 ‘임대차 3법 폐지· 축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11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다 만난 기자들에게 “임대차 3법은 주거 약자인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가격, 기간, 정보 격차 등 약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를 주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이게 실제로 시장에서 작동되는 데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시장에 부작용을 준 부분도 있다”며 “특히 전월세전환율 같은 경우에 획일적인 기준이라든지 지역적인 차이 또는 임대차의 수요와 공급 등 일부 지역적인 특성들이 무시되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 놓친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책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절대 다수의 세입자, 임차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런 기조 하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임대차 3법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 ‘사전교감’ vs ‘알박기’
국토부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새 정부와의 사전 교감을 통한 작업이라는 분석과 국회의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현 정부의 요구에 따른 ‘알박기용’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주장이다. 사전교감설은 새 정부가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선 부정적이지만 신고제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국토부의 민간자문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전문가 A씨는 “공무원이 한 달 정도 남은 정권을 위해 1억 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써가며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