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계화냐 反이민이냐… 마크롱-르펜, 24일 결선 투표서 재격돌

입력 | 2022-04-11 18:18:00


10일(현지 시간) 열린 프랑스 대통령 1차 선거에서 중도 진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해 5년 만에 재격돌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24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면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르펜 후보가 이기면 프랑스 첫 극우 및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 마크롱-르펜, 5년 만에 재격돌


11일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27.6%, 르펜 후보는 23.4% 득표율을 기록했다.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당(LFI) 후보 21.9%, 극우 언론인 출신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 7.1%로 뒤를 이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자가 2주 후 결선 투표를 벌인다.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은 1차에서 1, 2위를 차지한 뒤 2차에서 마크롱(66.1%)이 르펜(33.9%)에게 압승했다.

넉넉한 우세가 점쳐지던 마크롱 대통령은 1차 선거 직전 민간 기업에 과도한 자문료를 안긴 ‘맥킨지 게이트’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르펜 후보는 고속도로 통행료,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같은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세워 8일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2%포인트까지 좁혔다.

그러나 이날 1차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격차 4.2%포인트는 2017년 대선 1차 선거 격차(2.7%포인트)보다 크다. 일간 르피가로는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집중 부각한 마크롱의 선거 막판 캠페인이 일부 통했다”고 분석했다.


● 친(親)세계화 진보주의 VS 반(反)이민 민족주의


마크롱 대통령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많다. 8일 엘라브(Elabe) 등 여론조사기관 조사는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 51~54%, 르펜 후보 46~49%로 접전을 펼칠 것을 예상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과 르펜의 격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정치구조를 지배한 전통적 좌우 대결이 끝나고 마크롱으로 대변되는 친세계화, 친유럽연합(EU) 중도주의와 르펜이 상징하는 반이민·반EU 민족주의 대결로 바뀌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프랑스 전통적 좌우 거대 정당인 우파 공화당(LR)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는 4.8%, 좌파 사회당(PS)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1.7% 득표에 그쳤다.

결선투표 역시 ‘극우 대통령’ 집권을 막아온 좌·우·중도 정치 연대 ‘공화국 전선’과 “무슬림에게 프랑스를 빼앗길 수 없다”는 반이민전선이 얼마나 화력을 집중하느냐에 달렸다고 일간 르몽드는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1차 투표 승리연설에서 “극우에 반대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2차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관건은 1차 선거에서 탈락한 후보자들 표가 어디로 쏠릴지에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1차 선거에서 3위로 급부상한 멜랑숑 LFI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전했다. 멜랑숑 LFI 후보는 1차 선거 탈락 직후 지지자들에게 “르펜한테는 단 한 표도 주지 말라”고 했다.

멜랑숑을 비롯해 결선투표에 나서지 못하는 후보 10명 중 현재 6명이 마크롱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페크레스, 이달고 후보와 녹색당(EELV) 후보 야니크 자도 대표는 “극단주의를 거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제무르 후보와 민족주의 성향 니콜라 뒤퐁에냥 ‘약진하는 프랑스’당 후보는 “200만 명 이민자를 그냥 놔두는 자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르펜 지지를 선언했다.

20일 예정된 생중계 TV토론이 마지막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간 레제코는 “2017년 르펜은 TV토론에서 극우적 사고를 여과 없이 드러내 지지율이 하락했다”며 “이번 TV토론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이민, 연금 등을 두고 첨예하게 격돌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