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11/뉴스1
“(국토교통부 장관직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 주거 안정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고 집값 장벽으로 인한 현대판 신분 계급제를 해소해 달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 받으면서 이 같은 당부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한 가운데 새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펼치면서도 집값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점을 감안한 주문으로 분석된다.
원 후보자는 이날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에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처음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집값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은 하지 않겠다”며 “시장 이치와 전문가 생각을 최대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공공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간 역할을 인정하면서 시장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하고 공급이 예측 가능해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시장의 가격 신호에 이상 과열을 부추기는 공급은 이 정부가 추구하는 공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시절 강도 높게 비판한 임대차3법과 공시가격 제도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났다. 임대차3법의 경우 “실제 작동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준 측면이 있다”고 밝혀 전면 폐지보다는 부작용을 우선 보완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정책은 어느 한 측 입장만으로 정할 수 없고, 이제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인수위 내에서도 신중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이날 “부동산 폭등과 세금 폭탄은 전 정부의 잘못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잡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전날 “인위적으로 시장을 누르면 단기간은 버틸 수 있지만 밑에서 부작용이 끓고 결국 폭발한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을 너무 급속하게 가면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