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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검장들 “우리도 직 연연 안해”…검수완박 반대 배수진

입력 | 2022-04-11 20:54:00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차장검사,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2022.4.11/뉴스1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김오수 검찰총장)

“대부분 검사장들이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공통되고 일치된 입장이다.”(김후곤 대구지검장)

1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찰 간부들이 이처럼 ‘조건부 사의’를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울 경우 검찰 고위 간부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지검장들 “우리도 직 연연 안해”


이날 회의는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전원(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총장의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각 지검장들이 돌아가며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대한 성토와 강경 대응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검장들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의 결과로 수사지연 등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수완박을 추진할 경우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또 회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검장들은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대안으로 국회에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 기능뿐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지검장 회의에는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등도 참석했다. 회의 내용 발표를 맡은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의견 충돌은 없었다. (민주당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검사장 전원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지검장들은 최근 검찰의 움직임을 ‘집단반발’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김 지검장은 “집단반발이라는 표현 자체가 오히려 이 문제 본질과 다른 것”이라며 “국회 입법권에 대해서도 적정한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고도 했다.


● 일선 검사들 반발도 이어져


이날 검찰 고위 간부뿐 아니라 일선 검사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차장검사 회의에서 검수완박 반대 의견을 냈고, 오후에는 부부장검사와 평검사, 일반직 간부들이 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의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이날 오후 학회 세미나를 마친 후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 일부에서 추진하는 ‘검수완박’을 위한 일방적 법 개정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학자와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길 강력히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반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 역할 하기에는 너무 제 입지가 좁아졌다”면서 “검찰총장부터 심지어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까지 일사불란하게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걸 보며 좋은 수사, 공정성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왜 일사불란하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