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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값 뛰고 공급난 겹쳐 ‘카플레이션’… 싼차가 사라진다

입력 | 2022-04-12 03:00:00

벤츠 중형 C클래스 600만원 높여… 테슬라 3월에만 두 차례 가격 인상
부품변경 없이 할인폭 줄이기도… 유가-물류비 올라 車 가격 상승
전기차-고급차 위주 생산도 영향




메르세데스벤츠는 8년 만에 중형 세단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최저 가격을 전작보다 약 600만 원 높은 6150만 원으로 책정했다. 회사 측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양한 편의 장치를 추가해 고사양 모델로 재탄생시켰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C클래스가 (준대형 세단인) E클래스 금액을 받는다”며 급격한 차 값 인상을 체감한다는 반응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카플레이션(자동차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공급난 속에 상대적으로 고가인 고급차와 전기차 위주로 생산하면서 저렴한 자동차가 아예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산업동향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도체 공급난, 소재 가격 급등으로 각국의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며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유가가 오르면서 물류비용 증가 등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올해 3월에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배터리 핵심 소재 니켈 가격이 올랐다며 차량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다. 국내에서는 모델3 롱레인지를 350만 원 인상했으며, 모델Y는 롱레인지(310만 원 인상)와 퍼포먼스(440만 원 인상) 모델의 판매가가 올랐다. 부분변경이나 편의사양 추가 없이도 지난해 초 대비 약 20% 오른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가격 할인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인상 효과를 내고 있다.

저렴한 자동차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당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 대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고급 브랜드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미국 GM 등은 가장 작은 차급인 A세그먼트와 B세그먼트 차량을 단종시키고 이 분야 신차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 규제에 대응해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하이브리드차량과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도 자동차 가격 인상을 자극하고 있다. 보고서는 “2025년 발효 예정인 유로7 환경기준은 최신 내연기관차도 충족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차종에서 파워트레인 전동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의 SUV GV70의 경우 전기차 모델은 7332만 원(개별소비세 3.5%,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이지만 내연기관차는 4904만 원부터 판매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당 평균 재료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18.2%, 기아는 11.1% 올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