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우크라 침공 사태로 고전 수출 17개월 연속 늘었지만, 이달 원유-가스 등 수입액 64%↑ 3분기까지 무역적자 이어질듯
한국 경제의 ‘엔진’인 무역수지가 3월에 이어 4월에도 2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가 35억 달러(약 4조3200억 원) 넘게 적자로 집계됐고, 올해 누적 수지도 74억 달러 이상 적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3분기(7∼9월)까지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10일 수출은 153억3600만 달러, 수입은 188억5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어난 반면에 수입은 12.8% 늘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17.7% 증가했다.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수출액 증가 속도보다 수입액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수출액은 1882억5200만 달러, 수입액은 이보다 더 많은 1957억2900만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봐도 수출액은 16.7% 늘었지만 수입액은 27.7% 늘었다.
수입액이 많이 늘어난 품목은 역시 에너지원이다. 4월 1∼10일 3대 에너지 수입액을 보면 가스 11억 달러, 원유 30억6300만 달러, 석탄 5억5500만 달러로 작년 수입액(28억7000만 달러)에 비해 64.4%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값이 크게 오르며 수입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는 3월에 이어 4월도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35억19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8억14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을 더 키웠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계 무역수지는 74억76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79억8700만 달러 흑자였지만 적자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한국의 무역수지도 적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역적자가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높은 기술력을 동원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무역이 사실상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