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로 오프라인 소비 회복
1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폐점을 1시간 앞둔 시각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하 식당가는 빈 테이블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디저트 매장 앞엔 포장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7, 8명 늘어섰다. 백화점 매장의 한 직원은 “주말을 틈타 남산이나 고궁으로 꽃구경 온 김에 쇼핑하러 온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와 애비뉴엘 월드타워점은 매장마다 인파로 북적였다. 식당가 대기 예약 시스템에는 점포별로 100∼150팀의 대기가 걸려 있었고, 예약 인원이 꽉 차 더 이상 예약을 안 받는 식당도 적지 않았다. 롯데월드타워 관계자는 “석촌호수 벚꽃 등을 즐기러 온 고객들이 매장을 많이 찾았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날씨까지 따뜻해지면서 지난 주말 백화점 매출이 1년 전보다 최고 20% 늘어나는 등 소비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완화된 거리 두기가 실시된 첫 주말, 백화점과 쇼핑몰은 인파가 넘쳤고 외식이나 야외활동 관련 상품 수요도 일제히 급증했다. 비(非)대면 확산으로 위축됐던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리오프닝(경제 재개) 기대감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 봄나들이·리오프닝 기대에 폭발한 소비심리
11일 백화점 3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8∼10일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이 20%가량 늘며 직전 주 주말(10%)보다 증가율이 가팔라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장 직원은 “서울 벚꽃 명소나 교외 아웃렛이 아닌데도 주말 방문객 수가 전주보다 2배 가까이로 많아졌다”고 전했다. 화장품이나 패션 매출도 늘었다. 롯데백화점 화장품 매출은 같은 기간 30%, 여성패션은 2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남녀패션 매출 증가율이 20%대로 명품(9%), 생활(11%) 등을 뛰어넘었다. 현대백화점은 주얼리 매출이 30%대로 증가했다.
교외 아웃렛으로도 수요가 몰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가족 단위 나들이 고객이 많은 교외형 아웃렛 매출이 30%가량 증가했다.
○ 모임 잦아지며 숙취해소제·미용 용품 다시 인기
모임과 회식 재개로 술, 미용 용품 판매가 다시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거리 두기 완화 첫 주(4∼10일) 오피스 및 유흥가 상권 숙취해소음료 매출은 직전 주보다 34% 증가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6명에서 8명으로 완화된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매출이 전주 대비 25% 증가한 것보다 더 가파르다. 외출과 모임이 늘며 피부 관리를 위한 뷰티기기 수요도 증가세다. GS샵에 따르면 지난달 자사 온라인몰 내 피부·헤어 관리기기 검색량은 올해 1월보다 250%가량 급증했다. 손지유 GS샵 뷰티팀 MD는 “마스크를 쓰는 동안 가려졌던 피부 관리에 나서며 홈 뷰티·관리기기를 찾는 고객 수요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2년 넘게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터져 나온 만큼 이 같은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분기(4∼6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99로 1분기(1∼3월·96)보다 높아졌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오프라인으로 발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