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병원-아주편한병원 2곳 지정 의사-간호사 24시간 상주하며 치료 年 3억씩 지원… 올해 2곳 추가공모 道, 청년 정신과 진료-입원비 지원
경기 북부 지역에 사는 A 씨는 올해 1월 11일 오전 2시경 “조현병이 있는 30대 딸이 집에서 옷과 집기류에 불을 지르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집에는 칼과 깨진 유리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A 씨의 딸은 경찰에 “나는 불안하지 않아요”라고 횡설수설하면서 욕설을 하는 등 정신질환 증상을 보였다.
경찰은 응급입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연락했지만 “병상이 없다” “의사가 없다” 등의 이유로 당장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관 2명은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A 씨 집에서 보호조치를 하다 병원에 입원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응급 정신질환자가 발생할 경우 한 사람을 돌보기 위해 다수의 인력이 투입돼 지구대와 파출소 업무가 마비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환자인 만큼 신속하게 입원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경기도내 병상이 부족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민간 병원 2곳, 24시간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경기도는 정신질환자가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민간 병원에 응급입원 시스템을 마련했다. 경기도는 ‘계요병원’ ‘아주편한병원’ 등 2곳(6개 병상)을 정신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도에 따르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건수는 2020년 888건에서 지난해 1148건으로 29.3% 늘었다. 하루 3.1건이 정신질환에 따른 응급입원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도내 24시간 운영 정신응급의료기관은 현재 공공의료기관인 ‘새로운 경기도정신병원’과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2곳뿐이다.
도는 ‘계요병원’ ‘아주편한병원’ 등 시범운영하는 2곳 외에 올해 정신응급의료기관 2곳을 추가 공모할 계획이다.
엄원자 경기도 정신건강과장은 “지속적으로 정신응급의료기관을 확대해 모두가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36만 원 지원
경기도는 정신질환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비와 입원비를 지원한다. 도는 2020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년 마음건강 진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병 초기 꾸준한 치료를 하면 청년들의 정신질환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어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정신질환자 지원 및 자립 촉진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한다.도는 조현병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처음 진단받은 만 19∼34세 청년에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 여부나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1인당 최대 연간 36만 원의 진료비를 준다. 입원 치료비로 연 최대 1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정신질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신질환자가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