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면 2년 늙고, 돌아가면 2년 젊어진다.” 외국인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한국 문화가 나이 셈법이다. ‘만 나이’만 쓰는 그들에게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고 새해 첫날 한 살씩 먹는 한국식 나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는 ‘코리안 에이지=올해 연도+1―출생 연도’라는 공식도 안내한다. 새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나이 셈법은 한국식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세 가지다. 일상에선 ‘세는 나이’를 쓰지만 민사와 행정 분야에선 ‘만 나이’를,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행정 편의를 위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표기 규정을 마련한 후 ‘연 나이’를 쓰는 개별법을 정비하기로 했다.
▷세 가지 나이 셈법이 혼용되면서 혼란도 작지 않다. 정부가 ‘12∼17세 방역패스 적용’을 발표하면 만 10, 11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애도 해당되느냐”는 문의 전화를 돌리기 바쁘다. 1월 출생아 수는 12월생보다 1.3배 많은데, 자녀의 세는 나이를 줄이려고 출생신고를 미루기 때문이다. 모 기업 노사는 단체협약상 ‘56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의 나이 셈법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인 끝에 ‘만 55세’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일도 있다. 새 정부는 ‘만 나이’로 표준화하면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은 1950년부터, 중국에선 문화혁명을 기점으로,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세는 나이를 지금껏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10명 중 6∼8명은 만 나이 통일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하지만 1896년 양력이 도입된 후로도 지금껏 음력설을 지낸다. 일제가 양력 명절을 강요한 탓에 음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한다. 법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더라도 세는 나이로 형 동생 정하는 일상의 시간관념까지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