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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코드인사’ 따지자… 대법측 “답변 곤란”만 되풀이

입력 | 2022-04-12 03:00:00

전국법관회의 ‘김명수 코드인사’ 지적에… 대법 “문제없다”
법관대표 105명, 논란 해명 요구… 대법 “인사원칙 반하지 않아” 반복
개회식 참석 金, 인사말 한뒤 퇴장… 법관대표들 “문제제기 계속할 것”



전국법관회의장 떠나는 김명수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개최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법관회의에선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에 대한 법관대표들의 질문과 대법원의 해명이 이어졌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전국 판사 대표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에 대한 법관대표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인사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법관대표들은 “앞으로 계속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는 전국 법관대표 105명이 참석해 그동안 반복된 김 대법원장의 ‘코드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법관대표들은 인사 기준을 어긴 사례로 △일부 법원장의 이례적인 3년 재임 △특정 연구회 출신의 서울중앙지법 발령 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 안희길 인사총괄심의관은 “지적된 인사는 인사의 일반원칙에 반하지 않고 인력 수급 사정과 개별 법관의 인사 희망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개별 인사의 구체적 사유에 관한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실상 사전 서면 답변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법관대표는 “현장에서 법원행정처가 인사에 고려했다는 ‘여러 사정’이 무엇인지 밝혀 달라는 요구가 쏟아졌지만 ‘답변이 곤란하다’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올 초 인천지법원장이 사직한 뒤 법원장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고 김 대법원장이 후임을 임명한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정기 인사 직전 사직 의사를 밝혀 법원장 추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시간적으로 곤란했다”고 했다.

이 회의체가 김 대법원장을 겨냥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개회식에 참석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견인차 역할을 계속적으로 수행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인사말을 한 뒤 관례대로 자리를 떴다.

법관대표들은 앞으로 법관인사분과위원회 등 산하 위원회를 꾸려 ‘코드 인사’를 포함해 법관 인사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 지역 부장판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이 오늘처럼 ‘불통’으로 일관한다면 일선 판사들의 의구심도 풀리지 않고 ‘법원의 정치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관대표회의, 대법원장 인사 비판


법원장 2년 재임 위배 등 캐묻자, 대법원측 “답변 곤란” 되풀이
일선판사 “이럴거면 회의 왜 했나”
“金, 법관대표회의 돌아서 곤혹”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법관대표들은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대법원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고양=뉴스1

“답변하기 곤란합니다.” “특정인을 더 배려한 것이 아닙니다.”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판사들의 대표 회의체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법원 법원행정처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해 판사들 사이에선 “대법원이 ‘불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의장이 물어도 대법원 “답변 어려워”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법관대표들은 회의에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 측에 공문을 보내 제기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법원장 2년 재임’이라는 인사 기준 및 관행과 달리 특정 판사가 3년간 법원장을 지낸 이유에 대해 “인사의 일반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개별 인사의 구체적인 사유에 관한 설명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또 “선례와 여러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동안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맡은 민중기 전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김 대법원장과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박종택 전 수원가정법원장의 사례도 함께 지적됐다고 한다.

법관대표들은 “논란이 예상되는 인사에 대해 당시 고려했던 사정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대법원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함석천 부장판사가 재차 인사 기준에 대해 물었지만 대법원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역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이성복 박종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각각 지원장 근무를 마치고 곧바로 선호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도 대법원은 “경인권이나 서울 중 한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답했다. 법관대표들은 “(특정 연구회 출신이라) 논란이 예상되니 이를 검토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에 보고가 됐느냐, 보고됐다면 어떤 논의가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대법원은 역시 “답변이 곤란하다”고 했다.

법원장 임명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한 법관대표는 “법원장 자리에 지나치게 소수의 특정 판사들이 임명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로 질문했다. 지난해 측근인 민 전 법원장 사직 후 김 대법원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2차 진상조사위원이었던 성지용 법원장을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임명한 것 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 대법원장에 등 돌린 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회의는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때 김 대법원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며 사실상 지지세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김 대법원장에게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도 당황스러울 것”이란 말이 나왔다.

서울 지역 한 부장판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2018년 지나치게 정치적 의견 표명이 많았던 법관대표회의 때문에 법원이 정치화되고 사법부 독립이 위태로워졌다”며 “당시 법관대표회의는 김 대법원장을 지지했었는데, 법관대표 구성원이 바뀌니 상황이 반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이럴 거면 왜 100명이 넘는 법관대표가 대법원 측 해명을 듣자고 재판을 멈추고 하루 종일 회의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의 의혹 제기를 무시했기 때문에 계속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충분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보고 앞으로 법관인사분과위원회 등 산하 위원회를 만들어 법관 인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참여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법관인사분과위원회에서 논의 주제를 정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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