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연내 법 개정안 마련” 시행땐 최대 두살 어려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만 나이’ 기준이 채택되면 현재 통용되는 ‘한국식 나이’보다 최대 두 살까지 어려진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따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간사는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 국민들이 사회복지 서비스 등 행정 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해석할 때 혼선과 분쟁이 지속돼 왔다”며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되면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한국식 나이’로 불리는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 1년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추가하는 ‘만 나이’를 혼재해 쓰고 있다.
‘임피 56세-감기약 12세’ 나이 기준 혼란… ‘만 나이’로 불편 해소
인수위 “국제표준 ‘만 나이’로 통일”… 아스트라 백신 접종 30세 기준 등
한국식 나이냐 만 나이냐 문의 쇄도… 인수위 “나이 해석 다툼해소 효과”
민법-행정법 내년 통과 목표로 개정… “정착까진 시일 걸릴것” 전망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제 표준인 ‘만 나이’로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겠다고 밝히면서 나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빚어지는 실생활에서의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위한 입법과 함께, 국민 인식의 전환 등을 고려하면 ‘만 나이’ 기준이 정착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11일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거나 행정·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때 생기는 국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계산법에 따라 최대 두 살 차이…실생활 혼란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식 나이’로 불리는 세는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서 계산하는 ‘연 나이’,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 1년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추가하는 ‘만 나이’ 등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함께 쓰고 있다. 가령 2020년 5월생은 ‘한국식 나이’로는 세 살이고, ‘연 나이’로는 두 살이지만 ‘만 나이’는 한 살이다.법적 분쟁도 적지 않았다. 한 기업의 단체협약상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으로 규정된 ‘56세’에 대한 해석 기준을 놓고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이 달라 6년 넘게 분쟁이 일기도 했다. 사측은 ‘한국식 나이’에 따라 1년이라도 빨리, 노조 측은 ‘만 나이’에 따라 1년이라도 늦게 적용해야 한다며 맞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만 나이’ 사용이 정착되면 법령 적용이나 행정·의료서비스 제공에서 혼란이 최소화되고 국제관계에서도 오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각종 계약에서 나이 해석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사라지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법 개정 통해 ‘만 나이’ 사용 원칙 확립”
인수위는 우선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계산법과 표기 규정을 마련해 민사와 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 사용 원칙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후 현재 ‘연 나이’ 계산법을 채택하고 있는 개별법도 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할 때 ‘만 나이’만을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올해 안에 민법과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인수위 측은 전했다.다만 인수위도 현재 ‘연 나이’ 기준을 적용 중인 청소년보호법과 병역법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법상 1월 1일 기준으로 ‘연 나이’가 적용되는 청소년보호법(술, 담배 관련)과 병역 의무자를 규정한 병역법은 개정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한 한국식 나이 계산법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선 대체로 찬성 목소리가 많다. 다만 ‘만 나이’ 기준이 정착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제와 정년퇴직 나이 산정 등에 새로운 나이 계산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당분간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