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 연출 박루슬란 감독 고려인 4세… 우즈벡서 한국 귀화 배우는 카자흐인-스태프는 한국인 1970년대 소련 연쇄살인사건 소재
고려인 4세 박루슬란 감독은 영화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21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데 대해 “떨리고 걱정도 된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영화가 더 발전하려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영화는 다양성을 더하는 작품이죠.”
영화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하 쓰리)를 연출한 박루슬란 감독(41)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쓰리’는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했고, 주연배우들은 카자흐스탄인과 러시아인이 섞여 있다. 박 감독은 물론이고 주요 스태프는 모두 한국인인 특이한 영화다.
고려인 4세인 박 감독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쓰리’는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에 이어 이달 2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그는 “내 영화를 한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내가 어렸을 때 문제의 살인마가 내가 살던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도망친 일이 있어 늘 기억하던 사건”이라며 “어른이 돼 사건 담당 형사를 만났는데 살인마가 지금도 병원에서 잘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를 느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2년 첫 장편 데뷔작인 ‘하나안’에서 자신과 같은 고려인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선 고려인을 출연시키지도, 고려인 이야기를 다루지도 않았다.
“한 선배가 얘기했어요.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에 갇혀 있으면 고려인 얘기밖에 안 나온다고요. 그 틀에서 벗어나야 성장할 수 있다고요. 생각해 보니 제가 고려인 이야기만 하려고 감독이 된 건 아니었어요.”
박 감독은 다만 고려인을 상징하는 인물인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1868∼1943) 이야기는 꼭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홍범도 일대기를 다룬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홍 장군 영화를 만든 이후엔 제게 영화감독의 꿈을 심어준 공상과학(SF)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10명이 보면 10명 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영화라는 게 결국 사람들 재밌으라고 만드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