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 새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 공약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 정식 임명될 경우, 시스템 반도체, AI(인공지능) 반도체, 지능형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R&D(연구개발) 지원에 보다 힘을 쏟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과기부는 앞서 최기영 전 장관시절 ‘AI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과학기술 관련 정부 부처가 반도체에 특화된 정부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았다. 정권을 이어 AI 반도체 육성 정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텔보다 먼저 3차원 반도체 개발
이 후보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인 ‘벌크 핀펫(FinFET) 기술’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
미국 인텔보다 앞서 개발된 이 기술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가 핵심 표준 기술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윤 대권수업 과정서 ‘반도체 공부’ 하며 인연 맺어
과기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른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윤 당선인이 이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반도체 전문성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윤 당선인은 반도체에 대한 비전을 이 후보자와의 만남에서 더욱 구체화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을 퇴임한 뒤 지난해 5월 “반도체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수행원 없이 개인 신분으로 이 후보자가 소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견학을 했고, 그때 인연을 시작됐다.
윤 당선인은 이 견학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 반도체 연구개발(R&D) 10만 인력 양성 등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AI 반도체 정책 기반 닦은 최기영 전 과기장관과 돈독…AI 반도체 전략 탄력 받을 듯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두번째 과기장관으로 재직한 최기영 교수와 친분이 깊다. 둘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공학자로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 교수로 재직해 있다.
또 최 전 장관은 지명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국가적으로 소재·부품·장비 대응 방안을 마련하던 때 발탁됐는데 이종호 후보자는 이 당시 과기부의 소부장특별위원회 민간위원을 맡아 최 전 장관을 뒷받침했다.
앞으로는 최 전 장관이 이 후보자를 지원사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도 전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집무실에 첫 출근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전 장관이 많이 도와주시기로 하셨다”며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이 취임 후 첫 첫 번째 방문한 기업도 지능형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 기업 ‘텔레칩스’였다.
산업계 및 관가에서는 최 전 장관이 비메모리의 정책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이종호 후보자는 이를 더 발전 및 확장된 정책을 짜 실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