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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들 “내 글이 발목 잡을라”…기고문 논란에 ‘진땀’

입력 | 2022-04-12 12:13:00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이 과거에 작성한 칼럼, 기고문 등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결혼이 암 특효약” “출산 기피 부담금 도입” “성인지 예산이 국방예산 수준”이라는 비상식적인 내용이 재조명되면서다.

12일 정치계에서는 이들의 사회 인식과 문제 해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는 중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결혼과 출산을 ‘애국’이라고 주장하며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듯한 기고를 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진의 재취업을 막은 법률을 놓고 조롱의 칼럼을 쓴 것도 뒤늦게 확인됐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12년 10월29일 대구 지역일간지인 매일신문에 ‘애국의제 길’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요즘 와서 보면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결혼과 출산이 그 방법”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비율, 즉 ‘생애 독신율’이란 것이 곧 15%가 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20%로 올라갈 전망이라고 한다”고 했다. 출산율이 저조한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이 폐암 환자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독신인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산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말”이라고도 했다.

정 후보자는 이같은 글이 논란이 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칼럼은 10여년 전 저출산 현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개진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과 검토를 통해 인구정책을 준비해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가 2013년 11월18일 같은 신문사에 기고한 ‘3m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 역시 논란이다. 그는 당시 아동·청소년 보호법이 개정되며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취업과 시설 운영을 제한한 데에 강하게 비난했다.

정 전 병원장은 이 칼럼에서 “의사는 3m 떨어져 있고, 여환(여자환자)분은 의사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직접 본인의 몸에 대면 된다”며 “앞으로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조롱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10년 12월16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출산 기피 부담금’ 칼럼을 썼다. 이 칼럼에서 이 후보자는 출산하지 않는 사람에겐 징벌세를 물려야 한다는 출산기피부담금 제도를 거론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자 측은 “경제학적 이론을 소개한 정도로 현실적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고 명기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2008년 개설한 자신의 블로그의 모든 글을 삭제한 상태다. 해당 블로그에는 민주당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을 다수 올렸던 걸로 알려졌다. 사실상 청문회를 앞두고 문제가 될 만한 과거 기록을 전부 없앤 것으로 해석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성인지 예산(gender budget)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뭇매를 맞는 중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16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문 정부’라는 칼럼에서 “예산 지출이 남성과 여성 삶의 차이와 특성을 반영하여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도록 분배한다는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성인지 예산은 각 정부 부처 예산 중에 직간접적으로 성평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 예산을 모은 것을 말한다. 새롭게 투입되는 예산이 아니라 기존 편성 예산 중 성인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예산을 재분류한 것이다.

예산 액수를 비교해도 지난해 기준 국방 예산은 52조원으로 같은 해 성인지 예산(35조원)보다 17조원가량 많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주장이 남초(男超)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던 주장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가부는 지난해 7월 이 같은 가짜뉴스가 확산되자 팩트체크 자료를 내고 “성인지 예산은 여성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는 방사능 걱정 때문에 일본 수산물을 안 먹는 건 ‘한국인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말 하거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고 표현한 게 문제가 됐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4년 한 학술기관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며 “동일본 대지진이 난 지가 이제 3년이 지났는데 일본 수산물에 혹시 방사능이 있을까 봐 한국 사람들은 안 먹는다”고 했다. 그는 이를 한국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거론하며 “동경에선 돈이 없어서 사시미하고 초밥을 못 먹는다”고 말했다.

2019년 3월14일에는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중앙일보 칼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평생 의리를 중시했다”고 쓰며 전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이어 2003년 6월 법원의 재산명시 관련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의 예금이 29만원뿐이라고 밝혀진 데에 “조롱받기는 수난의 형태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며 부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감쌌다.

한편 장관 후보자들의 이같은 글들이 연달아 도마에 오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난처한 모습이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하나하나의 그분들이 쓰신 칼럼을 일일이 검토하지는 않았다”며 “정확히 그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더 파악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이어 “(장관 후보자들이) 거시적인 시각에서 우리 국가가 당면한 문제나,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견들을 단편적이긴 하지만 표시하셨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