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무기와 병력을 집결하면서, 이 지역에서 조만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고전을 면치 못한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벌어진 교전과 달리 동부 돈바스 일대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병력과 무기를 집중적으로 이동시켰고, 주요 목표를 돈바스 지역 점령으로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돈바스를 정복하기 위해 하르키우 남동쪽 이지움에서 향후 공세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바스는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일컫는 분지 지역으로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분리주의자들의 반란를 지지해 왔다. 이 분쟁으로 지난 8년 동안 1만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돈바스 지형상 탱크, 포병, 전투기를 포함한 전략 무기들이 대거 투입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서방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돈바스에서 대규모 전투는 여러 면에서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경에서 가까워 초기 러시아의 주요한 전략 실패였던 물류와 병참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사실상 러시아군이 패배한 키이우 등 북부 지역과는 달리 동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동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키이우보다 군대가 더 효과적으로 운용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키이우를 공격한 러시아군의 타격이 심해 다시 전투를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도 발생하는 등 사기가 저하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위협 프로젝트 책임자인 프레드릭 케이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를 침공할 때 겪었던 것과 동일한 기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러시아군은 지형을 횡단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도로에만 국한됐다. 이로 인해 러시아 장갑차와 트럭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취약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케이건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양군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많지만 문제가 많고, 우크라이나인들은 높은 사기와 의욕, 결단력이 있지만 수적으로 열세이고 그들을 지원할 군국화된 국가의 기반 시설이 없다”며“예측이 어려운 초박빙(toss-up·토스업) 승부를 펼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