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성인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 경험 최근 객관적 지표로 환자 증상 측정 디지털 플랫폼 구축위한 투자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 등 의료계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명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신의학 분야도 주관적 증상 위주의 접근에서 디지털을 통해 객관적 지표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대변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맞춰 정신의학이 최근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국민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동아일보DB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러다 보니 단일 진단인 ‘우울증’에도 그 원인은 상당히 다양하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우울증’을 하나의 진단으로 분류하니, 치료에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 최근에는 뇌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생물학적 지표의 이상을 통해 진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를 한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과 같은 뇌영상술, 인지기능 또는 각종 대사체, 단백질체의 변화를 기준으로 분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기를 통해 환자의 뇌파, 심박동수, 호흡수, 피부전도율, 수면패턴 등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사용패턴 등을 분석해 불안, 우울 상태를 실시간으로 평가한다. 우울증일 때는 생각이나 행동이 느려져 휴대전화 타이핑 속도가 느려지거나, 특정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자살의 위험성도 판단한다.
미래 의료의 방향은 ‘4P’다. 4P란 △예방(prevention) △예측(prediction) △정밀(precision) △참여(participatory)를 말한다. 객관적인 지표를 이용해 질환을 예측하고 예방하며, 각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해 조기 예측 지표를 찾아낸다면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을 이용한 정신질환의 치료와 예방은 이제 시작 단계다. 앞으로 정신질환이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체계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국민의 행복한 삶에 기여할 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