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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경파 입김 속 ‘검수완박’ 당론 채택…정국 급랭 불가피

입력 | 2022-04-12 20:47:00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함에 따라 5월부터 시작될 ‘여소야대 국회’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2시간 넘게 이어지며 격론이 오갔다. 이날 당일까지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완수를 요구하는 강경파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온건파 간의 대립이 이어졌지만 결국 강경파의 입장이 관철된 것.

국민의힘이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5월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여야 간의 극한 대립 속 정국 급랭이 불가피해졌다.
● 강경파 입김 속 ‘4월 처리’ 당론 채택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의총을 앞두고 민주당 내 ‘온건파’는 끝까지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추가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도 아닌 검수완박에 목숨거는 게 말이 되냐”며 “선거를 제대로 치러보기도 전에 말아먹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의지는 굳건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의총 전부터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당론 채택 의지를 강조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이달 내 국회에서 통과시켜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시기까지 못박았다.

결국 이날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선 검찰 수사권 분리와 관련된 논의만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자유토론에 참여한 의원 20여 명 중 조속히 처리해야한다는 의견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반씩으로 팽팽히 맞섰다.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루기 어렵다는 쪽으로 쏠렸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 등은 최근 검찰의 집단 반발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기관은 검찰 밖에 없다. 검찰의 행태를 볼 때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검수완박’에 속도를 내게 된 데는 초선의원 그룹인 ‘처럼회’ 등 강경파 의원들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당내 주류가 된 친이재명계 의원 일부의 여론전과 강성 지지자들이 ‘문자폭탄’은 연일 당 지도부와 온건파 의원들을 압박했다. 게다가 청와대 등의 제동으로 본회의 단계에서 보류된 ‘언론중재법’의 학습효과로 강경파들의 입김이 더욱 세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본회의 필리버스터 최대 변수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민주당은 이날 당론 채택 이후 입법 처리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는 과거 ‘임대차 3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통과시킬 때처럼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앞서 7일 법사위 소속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무소속 양향자 의원를 법사위로 배치하는 사·보임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구성 시 야당 몫 3명에 들어갈 비교섭단체 1명으로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을 배치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6석 의석을 가진 정의당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필리버스터 중단을 위한 의석 수 180석을 채우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우선 법안을 처리한 뒤 여론 추이를 살피며 국민의힘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의석수에서 열세인 만큼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총력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필리버스터 종료 요건인 180석을 민주당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민주당 내 반대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정의당과 공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빼앗는 데에 급급할 뿐 수사권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중 문제라며 미뤄두고 있다”며 “심지어 정의당조차도 검수완박 법안 추진은 시기, 절차, 내용 모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고 했다,

격양된 국민의힘과 달리 윤 당선인은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취임 전부터 윤 당선인과 민주당이 맞서는 구도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국민 정서와 눈높이를 맞춰 풀어가야 할 문제를 임기를 엄마 남기지 않은 정부가 급격하게 몰아붙이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