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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침대회사의 ‘멍 때리기 광고’… 힐링 메시지 통했다

입력 | 2022-04-13 03:00:00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시몬스의 마케팅 전략



시몬스 침대가 올 2월부터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 전광판 11개를 통해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콘셉트의 브랜드 광고 영상을 송출했다. 시몬스 제공


올 2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 1.6km의 대로변은 디지털 아트로 물들었다. 11개의 전광판에서 공이 굴러가거나 물이 흘러나오고, 발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단조로운 영상 8편이 흘러나왔다. 별다른 의미나 메시지는 없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하게 편안한 ‘느낌’만 전할 뿐이다.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이 단조로운 영상은 이 거리의 전광판에서 흔히 보이던 10∼15초 남짓의 짧은 광고들과 달리 2분 동안이나 지속됐다. 이 독특한 광고의 주인은 바로 침대 회사 ‘시몬스’. 시몬스침대는 왜 ‘멍 때리기’라는 소재로 강남 일대를 물들였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2호(2022년 4월 1호)에 실린 시몬스의 마케팅 전략을 요약 소개한다.
○ ‘멍 때리기’ 영상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만족감’을 안겨주는 영상을 말한다. 시몬스의 2022년 광고는 공개된 지 한 달도 채 안돼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 수 2000만 뷰를 기록했다. 브랜드 광고가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TV 광고 역시 론칭과 동시에 2월 첫째 주 TV 광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 전시는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지역 중심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로 이곳에 대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벌써 1만8000여 개를 넘어섰다.

시몬스가 멍 때리기라는 소재로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광고는 시대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2019년부터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캠페인을 선보여 온 시몬스는 올 1월 시작되는 새 캠페인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답답한 사회 분위기’를 광고에 녹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3년 차’인 2022년은 처음 이 감염병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무렵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두려움을 넘어 완전히 지친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많다. 시몬스는 긴장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몬스는 팬데믹 초기부터 ‘멘털 헬스’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뒀다. ‘불멍’(모닥불 영상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행위)이나 ‘ASMR’(백색소음)가 이슈가 되고, ‘정신적 건강’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수면과 이를 통한 건강한 삶을 강조하는 침대 회사에 솔깃한 키워드였다.
○ 배경음악 대신 백색소음
여기에 한 가지 새로운 도전을 더했다. ‘백색소음’이다. 앞선 광고들에서 시몬스는 감각적인 배경음악으로 ‘브금(BGM) 맛집’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광고의 필수 요소처럼 꼽히는 배경음악을 과감하게 뺐다. 그 대신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백색소음을 입혔다. 팬데믹 탓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시몬스는 오히려 잔잔한 ‘ASMR(백색소음)’가 수면의 질을 강조하는 침대 회사 이미지와 더욱 잘 어울린다고 봤다. 실제 시몬스 광고 영상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거나 긴장을 풀어야 할 때 습관처럼 이 영상을 보러 온다”고 털어놓는 이들이 적잖다. 유튜브 광고 댓글 창에는 “처음엔 이상했는데 계속 찾아보게 된다”, “영상을 보면 긴장감이 사라진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또한 시몬스는 통상적으로 TV를 통해 먼저 공개하거나 TV와 유튜브에 동시에 캠페인을 공개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이례적인 브랜딩 전략을 택했다. ‘멍 때리기’ 콘셉트의 광고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먼저 공개한 것이다. 그간 탄탄하게 확보된 시몬스의 팬덤을 중심으로 먼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그다음에 일반 대중에게 캠페인을 노출하는 전략은 주효했다.
○ 사람들에게 휴식을
올해 2월 말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리빙페어)에서도 시몬스는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쳐 주목받았다. 리빙페어 660m²(약 200평)을 ‘도심 속 파크’ 콘셉트로 꾸민 것이다. 넓은 공간이지만 침대 제품이 차지하는 자리는 최대한 줄이고, 초록 잔디와 벤치를 설치해 도심 속 자연이 함께하는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이 ‘멍 때리기’ 시간을 더욱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아침부터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팀만 700팀이 넘었다. 입장 대기 시간이 3시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다.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또 구현해낸 데는 2016년부터 운영된 시몬스의 크리에이터 그룹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공이 크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수면 전문 브랜드’라는 시몬스의 본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 시즌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출하고 실행한다. 통상 콘셉트 결정부터 제작, 납품까지 광고대행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과 달리 이들은 TV 캠페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지면 광고부터 오프라인 매장인 시몬스 맨션과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등 브랜드와 연관된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시몬스 브랜드전략총괄 김성준 상무는 “침대는 구매 주기가 매우 긴 만큼 비구매 시기에도 젊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잊지 않고 계속 상기시켜 주길 바랐다”면서 “이런 노력이 잠재적인 소비심리를 자극해 결국 궁극적인 고객이자 팬으로 전환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