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50분가량 만났다.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을 방문한 윤 당선인이 대구 달성군 자택을 찾는 형식이었다. 윤 당선인은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느냐.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다 말씀드렸다”고 했다. 실제 “참 면목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식 참석 요청에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둘은 약 10년에 걸친 악연으로 얽혀 있다.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첫해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화제를 모았다. 탄핵 정국 때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공소 유지를 지휘한 당사자다. 그랬다가 차기 대통령과 4년 8개월 복역 후 특별 사면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마주 앉은 것이다.
윤 당선인으로선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개인 차원이건 정치인 차원이건 한 번은 거쳐야 했을 통과의례였을지 모른다. 단순히 인간적인 미안함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박 전 대통령과의 구원(舊怨)을 털어내려는 모습 자체가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간 쌓인 응어리를 푸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다만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 끝나야지 서로 지나치게 정치적, 정략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