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모든 결정(decision)은 변화에 대한 것이다. 나는 20대에 유학을 떠났지만, 어렵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를 포기하고 돌아왔다. 30대에는 이직을 두 번 했고, 운 좋게 일하던 직장의 대표까지 되었다. 40대에는 독립해 창업했고, 뒤늦게 박사과정도 시작했다. 이처럼 변화에는 시작하는(start) 것이 있고, 끝내는(stop) 것이 있다. 물론 결정에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stick)하는 것도 포함된다. 나는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사업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하는 선택(choice)과 달리 결정이란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며, 더 복잡하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포함한 선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공이나 직업을 무엇으로 할지, 이직이나 퇴직을 할지, 누군가와 진지한 관계를 시작할지 끝낼지 등등.
갖고 있던 주식 A를 팔아 B를 샀을 때, 그 이후 A와 B의 주가를 모두 알 수 있다. 이런 경우 양쪽 선택의 결과를 모두 알 수 있고, 우리는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살면서 하는 많은 결정은 내가 버린 ‘카드’(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A는 한 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그가 이 결정에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였다.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고 나자 결국 이직을 택했다. 이직 후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그는 현재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단지 결과가 좋은 것을 뜻하지 않는다. A가 이직을 하지 않았을 경우 전 직장에서 어떤 다른 좋은 결과가 펼쳐졌을지 알 수 없다. 결정을 잘한다는 것은 그 결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답을 갖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결정을 하게 되면 기준 없이 후회만 할 수 있다.
우리가 때때로 놓치는 것이 있다.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때로 우리는 속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은 내 결정에 실수가 있어서 그랬을 수 있고, 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30대 중반의 B 팀장은 이직을 결정해 새 회사에 갔지만, 상사가 매우 비합리적인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어서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미 한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이 무엇일지를 고민했고,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다행히 그는 새로운 직장에서 좋은 기회를 갖고 만족하게 일하고 있다.
결정과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현재 상황은 내게 분명하게 보이지만, 결정을 통해 변화했을 때 모습은 명확히 볼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변화가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만 하면서 결정을 미룬다. 종종 최악의 결정이란 결정을 아예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결정을 미룬 채 내게 올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위험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