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달성 사저 방문… 50분간 회동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그래서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을 말씀드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한때 박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윤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일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한편 다음 달 10일 열리는 자신의 취임식에 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 尹 “면목이 없고 늘 죄송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주력했다. 권 부위원장은 면담 후 브리핑에서 “과거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과 피의자로서 일종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윤 당선인이 말했다”고 했다. 유 변호사 역시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목이 없고 늘 죄송했다’ 그런 말을 했다”고 밝혔다.
○ 尹 취임식 참석 요청에 朴 “가능하면 참석”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예방을 지켜보려는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대구=인수위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국정농단 수사 등 두 사람의 구원(舊怨)에도 불구하고 이날 면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권 부위원장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말씀이 많으신 분이 아닌데도 오늘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두 사람이 사실상 처음 만난 자리였는데도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좋아했다”고 전했다.
덕담도 오갔다. 윤 당선인이 “당선이 되니까 걱정돼서 잠이 잘 안 오더라”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무겁고, 크다. 건강 많이 챙겨야 한다. 건강해야 격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부탁에 윤 당선인은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만남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대신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낸 권 부위원장을 대동한 것도 그 예다. 장 실장은 19대 국회에서 국정농단 국정조사를 주도했다. 인수위는 이날 “대구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당부 직후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태스크포스(TF)’ 신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비판도 나왔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면목 없다’ ‘죄송하다’는 윤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탄핵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