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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월 물가 8.5% 껑충… 41년만에 최대폭

입력 | 2022-04-13 03:00:00

우크라 사태 영향 유가-식량값 급등
홍남기 “성장률 3.1% 달성 어려울것”




급등세를 이어가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결국 8%대마저 돌파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교란 등의 요인이 미국발 물가 급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올랐다고 밝혔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4%보다도 0.1%포인트 높았다.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로는 1.2% 올라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4%에 불과했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같은 해 6월 5%대를 돌파한 뒤 올해 2월 7.9%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왔다.

가뜩이나 오름세를 이어가던 원유 등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승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현재 물가 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내 증시도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새 정부도 달라진 경제 여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3.1%)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성장률은 하향, 인플레이션은 상향’이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0.98% 내린 2,666.76에 마감했다.




우크라 침공-공급망 위기 등 겹쳐… 美 물가상승 부채질


美 3월 물가 8.5% 급등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 고조
美, 내달 금리 0.5%P 인상 가능성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대 중반으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쇼크로 인해 1970년대와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미국의 물가 급등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의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미 근로자 임금 상승, 구인난 등의 요인이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가 대규모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내내 글로벌 경제를 괴롭혔던 공급망 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직면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예상치)은 올해 3월 6.6%로 전달 6%보다 높았다. 2013년 조사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되면 소비자들이 미래의 가격 상승에 대비해 현재의 소비를 더 늘려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2년 만에 ‘제로 금리’에서 벗어난 연준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보유자산 축소) 등 다양한 ‘긴축 카드’를 쏟아낼 방침이다.

물가 급등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 등의 우려로 전날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11일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18% 내렸고 다른 주요 지수도 1%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또 중국의 대규모 봉쇄가 경제 활동 감소와 원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 급락한 배럴당 94.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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