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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학도 100%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캠퍼스 한번 안 밟고 졸업

입력 | 2022-04-13 14:00:00

충남 아산 순천향대의 원격 수업 모습. 스튜디오에서 교수가 진행하는 화상 실시간 강의를 조정실을 통해 제어하도록 설비가 갖춰져 있다. 동아DB


올해부터 일반대학도 100% 온라인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수업이 활발해지면서 원격수업을 통한 고등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부가 관련 제도를 신설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품질 관리를 위해 일반대학이 모든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기준을 통과하고 승인을 받도록 했다. 첫 심사에서 12개 대학이 22개 전공을 신청했고, 올 2월 6개 대학 7개 과정이 선정됐다. 이 중 유일하게 1학기부터 운영 중인 순천향대 창의라이프대학원 메디컬경영서비스학과 석사과정을 찾아 일반대학의 100% 온라인 학위과정을 살펴봤다.



●캠퍼스 한번도 안 밟고 졸업 가능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 창의라이프대학원 메디컬경영서비스학과 수업 현장에서 6일 만난 양경욱 교수는 원격교육지원센터 스튜디오에서 ‘경영리더십 세미나’ 강의를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었다. 양 교수는 앞에 86인치 전자 칠판과 프롬프터를 두고 ‘줌(Zoom)’ 화면을 통해 학생들 얼굴을 보며 강의했다. 그가 “여기 간호사님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감정노동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묻자 학생들이 줌 채팅창에 하나둘 답변을 올렸다. 양 교수는 강의만 전담하고 촬영과 편집은 외부 전문가들이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다수의 교수들이 자체 촬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던 원격수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이날 입학 이후 동기생들 얼굴을 줌 화면으로 두 번째로 마주했다. 개강 전 줌을 통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서로 인사했고, 1학년 전체 강의 중 이 수업이 실시간을 가장 먼저 진행됐다. 김혜정 창의라이프대학원 학사팀장은 “강의마다 전체 15주 수업 중 2주를 실시간으로 진행하는데 수강생들의 근무 스케줄이 다 달라 실시간 강의 일정을 모두 다르게 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100% 온라인 학위과정은 지금까지 일반 대학이 해오던 강의 형태와 다르다. 일단 ‘O요일 X교시’처럼 특정 요일과 시간에 들어야 하는 제한이 없다. 모든 녹화 강의는 매주 월요일 0시에 업로드되고, 학생들은 일요일 밤 23시 59분까지 수업을 들으면 출석한 것으로 처리된다. 중간에 끊고 다시 듣더라도 최종 이수율이 교수가 설정한 만큼(최소 70% 이상) 되면 된다. 수강 기간을 놓쳐 지각 또는 결석 처리되지 않도록 주임교수나 조교가 학생의 이수율을 지켜보다 수치가 낮은 경우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연락해 강의를 듣게 한다.

일반대학이 운영하는 100% 온라인 학위과정은 원칙적으로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이 학교에 한번도 오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승인할 때부터 개념 자체를 ‘대면교육과 병행하지 않고 모든 교육과정을 실시간 또는 녹화된 원격교육 콘텐츠로 진행해 (전문)학사 또는 석사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며 “현재 모든 대학이 충분히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과정을 운영할 수도 있으므로 실습 등 대면수업 수요가 있어 보이는 건 심사 과정에서 탈락시켰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시험을 온라인으로 실시할 때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살펴봤다.




●시·공간 제약 없는 게 가장 큰 장점


학생들과 대학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현수 창의라이프대학원 부원장은 “수강생 80% 정도가 병원 종사자인데 이들은 근무 패턴상 배움에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며 “100% 온라인 과정이다 보니 우리 대학 주변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 정대일 씨는 “캠퍼스 낭만을 즐길 수 없지만 일과 이후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최고”라며 “업무 시작 전후나 새벽 시간, 주말 오전 등에 수업을 듣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사과정 학생에게는 다양한 현업 종사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는 만큼 이 부분은 대학도 고민이다. 재학생 권지현 씨는 “사이버대학은 오프라인 교육과 교수님과의 미팅, 학우들과의 조별 미팅이 진행돼 동기들과 정보도 나누고 친목을 도모했는데 100% 온라인 과정은 인맥 쌓기가 어렵다”며 “누군가 나서서 물꼬를 트지 않으면 어색하고 낯선 상황이 오래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인맥 네트워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수업으로는 모일 수 없어 지역별로 교수가 순회하며 소규모 세미나 등의 비교과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일반대학의 100% 온라인 학위과정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석사과정은 △국내대학-외국대학 공동 △국내대학 단독 △국내대학 간 공동의 경우 모두 운영 가능하나 학사과정은 국내대학과 외국대학이 공동으로 할 때만으로 제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00% 온라인 학위과정에 대한 대학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이 제도를 통해 교수학습 혁신을 시도하려는 대학이 많다”고 전했다.



아산=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