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습.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과 검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어떻게든 문 대통령도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도 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미리 입장을 내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법안 통과를 총력 저지하겠다고 나섰고, 정의당마저 반대하는 상황인 만큼 일단 법안 처리 상황부터 지켜보자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
현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은 물론 김오수 검찰총장 등 검찰 내부에서도 총력 저지 입장을 내놓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졸속처리 비판을 우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절차적 정당성 등을 강조해왔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강조했던 검찰개혁 법안에 퇴임 20여일 전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것도 쉽진 않다. 문 대통령이 재임 기간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여권 관계자도 “여당 추진 법안에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법안 의결은 하되, 3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수사권 이관 문제를 잘 매듭지어 달라며 다음 정부에 공을 넘기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