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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사고 줄일지 의문… 건설사 과당경쟁 구조 바꿔야”

입력 | 2022-04-14 03:00:00

[2021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건설업 구조적 취약점 개선” 강조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백현식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장,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 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건설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취약점을 개선하고, 안전의식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건설업은 여전히 인력 중심, 종이 도면, 수동 기계 중심의 전통적인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생산성이 낮고 재해율이 높습니다. 건설산업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합니다.”(김영국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는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 현장 안전을 놓고 정부와 기업, 학계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번 행사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동아일보 창간 102주년을 맞이해 ‘새 정부 출범과 건설 안전 제도 개선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건설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소형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 불법 하도급, 업체 간 과당경쟁 등 건설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건설 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사고 반복” 지적
참석자들은 건설 안전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축사에서 “올해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리고 건설 안전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송석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많은 기업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시행됐는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828명) 가운데 417명(50.4%)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건설 현장 사망자 수는 2017년 506명에서 줄어들고 있지만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은 1.75명으로 2008년(1.88명)과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 “고령화·과당경쟁 등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건설 안전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건설업의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안전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건설 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이 공사비 50억 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했다”며 “건설사 간 과당경쟁으로 2007년 6.4%였던 순이익률이 2019년 3.4%로 줄어든 상태로 기술과 품질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근로자 고령화, 낮은 직업 만족도로 인한 신규 근로자 진입 차질 등도 품질 및 안전문제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안전관리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적정 공사비를 책정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각 주체에 대한 안전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중대재해법에 건설안전특별법, 중복 규제 우려”
올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지난해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이 중복 규제가 될 수 있고, 모호한 조항이 많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여했다면 건설안전특별법은 설계, 시공, 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관리 책무를 부과하는 법이다.

허 변호사는 “건안법은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며 과도하게 형사책임을 확대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형사처벌 규정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면밀히 분석한 뒤 형사처벌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백현식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장은 “주 52시간제 도입, 중대재해법 시행 등으로 현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공사비나 공사기간을 산정할 때는 예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부담을 고스란히 시공사가 져야 한다”며 “여력이 없는 소규모 민간 건설공사에 대해서라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국 국토부 정책관은 기조강연에서 “발주자의 저가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검증기관이 공기와 비용을 검증하는 절차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건설안전 분야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사고 대응을 체계화하겠다”고 밝혔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