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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 행사해야

입력 | 2022-04-14 00:00:00

동아일보DB


국회에서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에 통과시키기로 함에 따라 이 법안의 시행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가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 3분의 2(200명)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 의석만으로는 어렵다.

민주당은 검찰로부터 박탈하겠다는 6대 범죄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신설되는 수사기관의 수사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보듯 궤도에 오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넘겨받은 수사권도 감당하지 못해 LH사건 수사 등에서 졸렬한 결과를 내놓았다.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을 신설해 넘기든 기존 경찰에 넘기든 이대로는 수사에 큰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민주당이 작심하고 추진한 법안이라고 해서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권력분립의 원칙을 관철해야 할 때 그 관철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문 대통령 자신이 수사 공백의 수혜자여서 그랬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1년여 전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의 상당 부분을 공수처와 경찰에 넘기고 6대 범죄 수사권만 검찰에 남겨둔 것이 바로 이 정부다.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제도를 1년마다 한 번씩 뜯어고치는 정부는 정상적인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속히 거부권 행사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정국 경색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의 우군이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까지도 검수완박 법안의 졸속성을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이 법조인 출신이다. 이번 한 번만이라도 법조인의 양식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고 물러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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