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이카로스의 추락’, 1975년.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의 발명가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밀랍과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추락했다. 순리를 거스르는 과도한 욕망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이카로스의 이야기는 후대에 많은 문학가와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도 이카로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이카로스는 몸이 기역자로 꺾인 채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다. 피처럼 붉은색의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태양은 검게 변했고, 화면 아래 마을에는 무중력 상태로 공중에 부유하는 동물과 사람들이 보인다. 환호하는 건지, 도우려고 하는 건지 몇몇 사람들은 추락하는 이카로스를 향해 손을 위로 뻗었고, 어떤 이들은 그의 불행에 무관심하다는 듯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신화에 따르면, 다이달로스는 아들과 함께 크레타섬의 미궁에 억울하게 갇히게 되자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올라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아들에게 날개를 주며 밀랍이 녹을 수 있으니 태양 가까이는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버지가 먼저 날아오르고 아들이 뒤따랐다. 막상 탈출에 성공하자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더 높이 치솟아 오르다가 그만 태양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날개가 떨어져 추락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욕망의 대가는 너무도 혹독했다. 샤갈은 이 신화를 다른 관점으로 설명한다.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완전한 자기 동력이 필요한데, 이카로스는 그런 충분한 힘도 지혜도 없었기에 결국 바다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