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본 여행자들이 “라따뚜이(라타투유)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어디냐”고 물어 올 때마다 당황스럽다. 라따뚜이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이긴 하지만 우리네 청국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듯 레스토랑에서 일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영화 라따뚜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은 생쥐 레미와 재능 없는 견습생 링귀니가 프랑스 파리에서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좌충우돌 모험하는 내용이다.
라따뚜이는 1년 내내 햇살이 내리쬐는 남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에서 나는 가지, 주키니, 호박, 양파, 토마토, 마늘, 펜넬, 당근 등의 제철 야채를 넣고 올리브 오일을 두른 후 프라이팬에서 뭉근히 익힌 다음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식힌 뒤에 먹는 음식이다. 각 채소를 따로 팬에 익혀서 마지막에 냄비에 한데 모아 뭉근히 익히는 다소 번거로운 방식으로 요리해야 국물이 흥건하게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라따뚜이가 완성된다.
이 음식의 유래는 18세기 이전부터 문헌에 등장했을 정도로 유래가 깊다. 프레데리크 미스트랄의 오크어 사전에서는 ‘야채를 대충 섞어 익힌 잡탕’이라는 단어로 소개됐고, ‘휘젓고 다니는 음식’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한때 프랑스 군대 식당에서 나오는 맛없는 음식의 대명사로 천대받기도 했다. 프랑스 학교 급식에도 자주 등장하는 라따뚜이는 학생들에게도 야유를 받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대흥행을 거두면서 여러 레스토랑들이 앞다퉈 라따뚜이를 메뉴판에 올리고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