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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 론스타에 패소땐 盧-MB 정부 관료들 책임론 불거질 듯

입력 | 2022-04-14 03:00:00

론스타 韓상대 5조 소송… 이르면 9월 결과 나온다
투자분쟁센터 “이달말 판정문 완성”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최종 결과가 이르면 9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지 19년, 론스타가 ISD를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13일 금융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국은 지난달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에 “4월 30일까지 최종 판정문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최종 판정문이 완성되면 ICSID 중재재판부는 서명 등 작업 뒤 ‘절차 종료’를 선언한다. 이후 120∼180일 이내 판정문을 양측에 보내면 소송이 끝난다. 이르면 9월 최종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 때문에 손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건 ISD 청구액은 46억7900만 달러(약 5조7458억 원)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4조7000억 원의 배당 및 매각 이익을 챙기고 2012년 한국 시장을 떠났다. ‘론스타 먹튀’ 논란이 일어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 정책 집행자로 관여돼 있다. 한국 정부가 ISD에서 패소한다면 잘못된 정책 집행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론스타, 한국상대 소송 9월경 결론
노무현정부 때 외환은행 인수
MB정부 때 매각 ‘먹튀’ 논란
전문가들, ISD결과 예측 엇갈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결과에 따라 ‘헐값 매각 의혹’과 ‘먹튀’로 대변되는 론스타 사태가 19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될 수도 있고 새 정부 1년 차의 정치 리스크로 불거질 수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론스타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태다.

게다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시점은 노무현 정부 때, 매각을 끝내고 한국을 떠난 시점은 이명박 정부 때다. 여야가 모두 걸쳐 있는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네 탓 공방’이 일어날 수도 있다.
○ 이르면 9월 최종 결론 나와
13일 법조계 및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에 “최종 판정문을 완성하겠다”며 일정을 안내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엔 ‘지난해 12월 30일’로 예고했다가 다시 ‘새해(new year)’로 바꿨다. 지난달엔 ‘4월 30일’로 다시 안내했다. 2016년 심리가 끝났고 중재재판부가 판정문을 작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 지연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게 양측의 판단이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악연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 원에 샀다. “기업가치보다 싸게 팔았다”는 헐값 매각 의혹으로 정부 담당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지만 대법원은 2010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매각하며 4조7000억 원을 챙겼지만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해 손해를 봤다”며 같은 해 11월 46억7900만 달러(약 5조7458억 원) 규모의 ISD를 제기했다.

쟁점은 세 가지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와 5조9000억 원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부가 승인을 미뤄 계약이 파기됐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 원에 팔게 돼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금융과의 협상에서 정부가 가격 인하를 압박했고, 론스타에 부당하게 과세했다고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HSBC 협상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매각 승인이 불가능했다고 반박한다. 또 정부는 가격 협상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정당한 과세였다고 주장한다.
○ 새 정부 발목 잡는 리스크 될 수도
ISD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다. 이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전문가의 전망도 엇갈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애초에 ISD가 투자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일부라도 물어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론스타가 구체적인 증거로 주장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론스타가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조금이라도 배상을 해야 하는 결론이 난다면 국민 세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 들어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과에 따라 정부가 론스타와 사전 합의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한 후보자는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경제부총리와 총리 등으로 재직해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SD 중재 재판에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추 후보자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이었고 2012년 매각 당시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