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인권보고서, 한국 인권 위협 사례 제시 “정부, 모욕죄 이용해 토론 제한”… 대장동 사건은 정부부패 사례로 “北, 전세계서 가장 억압적 국가”… 불법 살해-고문 등 인권유린 비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방 전단을 뿌린 남성을 고소한 사건을 거론하며 “정부와 정치인들이 명예훼손 및 모욕죄를 이용해 공개토론을 제한하고 민간과 언론의 표현을 위협하거나 검열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21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중대 인권 이슈로 표현의 자유 제한, 정부 부패,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조사와 책임 결여, 군대 내 동성애 처벌 법률 등 4가지를 꼽았다. 국무부는 매년 전 세계 198개국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나 부패 사례들을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보고서는 대북전단법 논란과 함께 형사상 명예훼손법 규정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30대 남성을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댓글을 달았던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던 사건이 사례로 제시됐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DB
북한에 대한 보고서에선 북한을 “1949년부터 김씨 일가가 이끄는 독재국가”로 규정하며 북한 당국에 의한 불법적인 살해와 강제 실종, 고문 등 전방위적인 인권 유린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비행장 등에서 공개 처형을 하고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단속한 정황과 함께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났지만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아직 사망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리사 피터슨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라며 “언젠가 정의가 북한 주민을 위해 실현될 수 있기를 확실히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