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한동훈 지명]윤석열 “절대 파격 인사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2차 내각 인선 기자회견 이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은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고 밝혔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13일 파격 인선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국제 업무 경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사법제도를 정비해 나갈 최적임자”라고 인선 의미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것에 대해 내각 인선의 최대 파격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간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인사는 내게 맡겨 달라”고 말해 하마평조차 드물던 와중에 깜짝 발표된 ‘한동훈 카드’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검수완박에 침묵하던 尹, 지명이 곧 메시지”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에 대해 “거의 (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좌천을 거듭했던 만큼 한 후보자의 복권과 전진 배치는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한 후보자는 이날 검수완박 대응 방향에 대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며 “법안의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나라의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가 전례 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한다”며 “최근 공론의 장에서 이런 식의 만장일치 반대가 있었는지 저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평소 현 여권과 공개 대립을 이어온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수사 보직을 맡거나 이를 지휘할 수 있는 자리에는 오를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장제원 “칼 거두고 펜 쥐여준 것”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의 인연은 지금은 간판을 내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초임 검사로 일하며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투입됐고 이른바 ‘차떼기’ 진술을 받아냈다. 그와 함께 일했던 검찰 선배는 “(한 후보자가) 작성한 조서와 수사 보고는 말 그대로 빛이 났다”고 기억했다. 윤 당선인은 일처리가 꼼꼼한 한 후보자를 신뢰했고,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자 함께 일할 1순위 인사로 한 후보자를 선택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자 그를 핵심 보직인 3차장에 기용해 박근혜, 이명박 정부 적폐 수사를 이끌게 했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후에는 한 후보자의 서울중앙지검장 전면 배치를 타진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전진 배치했다. 이후 현 정부와의 급격한 대립을 빚은 조국 전 장관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 비리 수사를 총괄하게 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측근 챙기기’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제가 당선인과 같이 일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같이 일할 때 공정이나 정의에 대해 나름대로 뜻을 같이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수사 총책임자인 검찰총장이 아닌 행정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에 한 후보자를 기용한 사실을 강조하며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에게 칼을 거두고 펜을 쥐여 줬다”면서 “사사로운 인연이 아니라 그의 능력을 아끼기에 칼을 거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