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 당시 16강 이탈리아전 역전승에 대한 비화를 공개했다.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에 동기부여를 얻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12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디지털 플랫폼 FIFA+를 통해 공개한 한일 월드컵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2002: 디스 이즈 언 아시안 오디세이(This is an Asian Odyssey)에 출연해 16강 이탈리아전에 얽힌 비밀을 공개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전날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회 전 대통령에게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선수들의 병역 면제가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당시에는 답이 없었다”며 “16강전 전날 밤에 대통령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내일 (이탈리아전에서) 승리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난 이 사실을 팀에 전달했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꼭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탈리아전에서 초반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득점 기회를 놓쳤고, 전반 18분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패배 위기에 몰렸는데 후반 43분 설기현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안정환이 연장 후반 12분 헤더 골든골을 터트려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서 뛰었던 안정환은 이 골로 소속팀에서 쫓겨나야 했다. 안정환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그 한 골과 내 축구 인생이 바뀌었으나 기뻤다”며 “이탈리아에는 세계적 스타들이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길 거라고 생각 못 했지만, 목숨 거고 뛰니까 되더라”고 회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