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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1㎏이 6만원’ 터키의 살인적 인플레이션 ‘세계최악’

입력 | 2022-04-14 14:45:00


사진은 ‘황매실’ (전남 순천시 제공)2021.12.9/ 뉴스1

터키에서 봄을 알리는 과일이 매실이다. 터키가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림에 따라 매실 1㎏ 가격이 50달러(약 6만원)를 상회하고 있다고 경제전문매체 CN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인들은 매실을 맛봄으로써 봄이 온 것을 기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매실은 노동 계급을 위한 저렴한 식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이 급등함에 따라 ‘봄의 선구자’ 매실이 터키인의 식탁에서 사라졌다.

최근 터키에서는 매실이 1㎏에 50달러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월 최저임금이 290달러인 이 나라에서 50달러를 주고 매실을 사먹을 사람은 많지 않다. 터키 노동계급의 식탁에서 매실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래 터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인플레이션율이 50%에 달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했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60% 이상으로 치솟았다. 특히 식품가격은 70% 이상 급등했다.

터키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61% 급등했다. 이는 2월 54%를 상회한 것은 물론 2002년 3월 이후 20년래 최고치다. 부분별로는 식품 가격이 70.3%, 에너지 가격은 103% 각각 폭등했다.

문제는 터키의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50%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가 성장을 위협하는 ‘적’이라며 물가압박에도 기준금리를 지난해 말 이후 5%포인트 낮췄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자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자 터키의 인플레이션이 60%대로 더욱 치솟았다.

터키의 기준금리는 14%이지만 3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47%다. 심각한 마이너스 금리로 터키 리라화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 터키 리라화는 올 들어 9% 급락해 러시아 루블화 다음으로 낙폭이 큰 이머징마켓(신흥시장) 통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달러 접근이 차단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터키 리라화가 가장 약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서민의 식탁에서 매실을 앗아간 것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