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민간인들 살해를 위해 수천개의 지뢰와 부비트랩을 설치했다는 증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떠난 후 남아있는 지뢰와 부비트랩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전했다. 그로 인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시민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키이우 외곽에서 살던 올레그 나우멘코는 최근 러시아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비트랩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나우멘코가 열었던 자동차 트렁크 문짝에는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다.
운전기사로 일했던 나우멘코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후 버려진 자동차들을 수리하며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망 당시 그가 열었던 자동차도 이웃 주민들이 고쳐달라며 의뢰한 것이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는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을 재정비하기 위해 약 550명의 폭발물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를 배치했다.
NYT에 따르면 이 부대는 하루 평균 6000개의 폭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로 5만4000개 이상의 폭발물 장치를 발견했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지난 10일 TV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모든 거쳐가는 곳에 폭발물을 설치할 것”이라며 “폭발물은 문에 부착되어 있었고, 세탁기 안에서도, 그리고 차 안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지뢰로 가장 오염된 나라 중 하나”라며 “이는 명백히 전쟁범죄”라고 호소했다.
실제 시리아 전쟁 중 팔미라 지역에서는 러시아인들이 마을을 떠난 후 부비트랩이 발견됐다.
마크 히즈네이 휴먼라이츠워치 선임 무기 연구원은 “시민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수류탄, 포탄, 압력판 같은 것들을 남겨두는 것은 러시아군의 일종의 전통”이라며 “우리는 이전에 그런 사례를 많이 접했고, 비슷한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즈네이 연구원은 “누군가의 냉동고에 지뢰를 넣는 것은 민간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용이 없는 전술”이라고 지적하며 “모든 무기를 제거하는 데에는 몇 년, 어쩌면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