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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 김정은 겨냥했나…美, 담배 수출금지 포함한 새 대북제재 추진

입력 | 2022-04-14 15:59:00


미국이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절반으로 줄이고 광물 제품 수출을 금지하도록 요구했다. 결의안에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순항미사일 실험까지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결의안이 회람된 것은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2397호 결의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결의는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움(중단) 약속을 깨고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한 데 따른 조치다.

미국은 제재결의안에서 원유는 연간 40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정제유는 50만 배럴에서 25만 배럴로 금수(禁輸) 조치를 강화하도록 했다. 북한의 한해 석유소비량은 400만~550만 배럴로 추정된다. 순항미사일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발사 금지 대상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모든 미사일로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안보리 제재결의안은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와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는 순항미사일은 물론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도발이 아니라고 해왔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상임이사국에 전달한 대북제재 결의안에 북한에 대한 담뱃잎과 담배 제품 공급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긴 점도 주목된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 대북특사단을 만나서도 줄담배를 피웠다. 부인 리설주가 “늘 담배를 끊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특사단에게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때 금연설이 돌았지만 김 위원장은 11일 평양 송화거리 신축아파트 준공식에서도 담배를 들고 대화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스위스산 담배 제조기를 수입하기도 했다.

북한 외화벌이의 원천으로 꼽혔던 광물연료 수출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의 석탄수출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광물유와 이를 증류한 제품도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것. 북한은 광물 및 광물연료 수출을 최우선 제재 해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를 두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묵인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4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중국에 55만t 이상의 석탄을 불법 수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담배 수입은 북중 교역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 ‘라자루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도 새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 포함됐다.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의 주범인 라자루스는 북한이 지난해 해킹으로 50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훔치는 과정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됐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추진하는 제재 결의안이 당장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보리가 새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대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추가 제재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