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를 방문해 환영나온 시민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4.12/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14일 윤 당선인의 취임 후 일본 방문 가능성을 제기한 현지 언론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일본 측이 의도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은’ 얘기를 흘리면서 우리 새 정부를 시험해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참가국 정부 고위인사’를 인용, “윤 당선인이 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며 “일본 방문에 맞춰 한미·한일·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에선 윤 당선인의 취임 후 대일(對日) 외교 방향을 주목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닛케이는 새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에 지명된 ‘미국통’ 박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도쿄에 유학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지일파”라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 경향은 Δ최근 수년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온 데 따른 문제의식과 함께 Δ윤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양국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해온 데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지 언론보도에도 “한일 간 문제 해결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인식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점에서 “일본 측이 윤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쿼드’와 관련해선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Δ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핵심기술 등 워킹그룹에 먼저 참여하고 Δ추후 정식 가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단 점에서 “‘옵서버’ 참가는 우리 쪽에서 나온 얘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TBS 방송은 이날 복수의 외교관계자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오기 전에 5월21일부터 1박2일 간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차기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TBS 보도 내용대로라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앞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일뿐더러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된다.
역대 우리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가장 빨리 한미정상회담을 한 사례는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 취임 후 51일 만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외교가에선 “TBS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으로선 ‘한국 다음’으로 밀려난 데 대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윤 당선인이 일본 방문에 맞춰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고 있다’는 닛케이 보도가 나온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게다가 윤 당선인은 일본에 한일관계 개선을 얘기한 지 하루 만에 ‘뒤통수’를 맞은 일도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로 다음날 일본에 ‘역사 왜곡’ 교과서가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차기 정부의 한일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 ‘윤 당선인 취임식 계기 일본 사절단 방한계획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는 한일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제반 현안과 관련해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오고 있다”면서도 “이에 추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언론에) 공유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