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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난도가 높아지는 ‘종합예술’ 차량 생산

입력 | 2022-04-15 03:00:00

김도형 기자


완성차 생산은 산업계의 ‘종합예술’로 불려 왔다. 수만 개 부품을 차질 없이 조달해 대형 제품을 균질하게 만들어 내고 전용 선박 혹은 차량에 실어 고객에게 인도하는 전체 과정이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완성차 기업은 수십 종의 차를 생산한다. 같은 차종에서도 파워트레인과 색상, 편의장치, 실내·외 인테리어까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옵션)를 제공하려니 생산 난도는 더 올라간다.

2년여 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세계 곳곳에서 차량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 종합예술이 공 여러 개를 계속 던지고 받는 동작을 이어가는 ‘저글링’ 묘기와도 비슷했음을 보여준다.

차 산업은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대형 충격을 받은 산업이었다. 2020년 초에 이미 차량용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부품이 큰 말썽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중국 곳곳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던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겼다.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에는 첨단 기술이 필요 없다. 가격도 싸다. 하지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갑자기 새로운 납품처를 찾기도 힘든 부품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들은 꽤 긴 기간 동안 차량 생산을 멈춰야 했다.

이 파동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부품 및 완성차 생산 기지가 셧다운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수만 개 부품 가운데 극히 일부만 공급되지 않아도 차량 생산 라인은 멈춰 서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일부 자동차 업체는 이른바 ‘저스트 인 타임(JIT)’ 원칙을 포기하기도 했다. 무겁고 큰 제품인 자동차에는 부피가 큰 부품도 많다. 이런 부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많은 완성차 기업이 재고 최소화, 실시간 공급 전략을 펼쳐 왔지만 이제는 이를 포기해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커다란 문제로 떠올랐다. 수천 개의 차량용 반도체 역시 대부분 첨단 부품은 아니다. 하지만 빠르게 전장화돼 온 차량의 복잡 다양한 전자장치는 모두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차량용 반도체 문제는 조기에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도체 기업이 대형 투자에 나설 정도로 부가가치가 큰 제품이 아닌 데다 증설에 나서도 공급 확대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통제하기 힘든 변수에 코로나19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리튬 등의 원자재 대란으로 인해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수백, 수천 곳의 다국적 납품업체가 공급한 부품으로 완성차를 조립하는 일이 종합예술이라면 완성차 기업은 총감독에 가깝다. 그리고 이제 이 총감독은 과거와는 달리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진 배우들을 잘 다독이며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힘든 처지가 됐다. 과거에는 기본에 가까웠던 조달, 조율 능력이 완성차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됐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