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공격에 14명중 11명 숨져 남편-아들 잃은 여성 “살인 멈춰야”
생전 클라이밍을 함께 즐기던 네스테렌코 부자. 점령됐던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배를 타고 피란 가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CNN
율리야 네스테렌코 씨(33) 가족은 처음 마련한 집에 가족 성(姓) 일부를 따 영어로 ‘둥지(nest)’라고 애칭을 붙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에게 푹 빠진 아들 블라디미르(12)는 마당에 세운 농구대에서 아빠와 농구 하는 걸 가장 좋아했다.
네스테렌코 가족의 집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 있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장 먼저 점령한 도시에 속했다. 갈수록 러시아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실종이나 납치되는 사람이 늘어갔다.
네스테렌코 가족은 7일 집을 떠나기로 했다. 이웃 11명이 함께 배에 올랐다. 드니프로강을 따라 우크라이나군 통제 구역인 북쪽으로 갈 계획이었다. 율리야 씨는 미국 CNN에 “우리 가족에게는 이 배가 암흑 속 한 줄기 빛이었다. 그곳의 삶은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우리가 공격을 받는지도 몰랐어요. 소리가 났는데 총인지, 폭탄인지도 알 수 없었죠. 아들은 피를 흘리며 제 품에 주저앉았어요. 뒤에 있던 남편도 머리에 총을 맞고 제 위로 쓰러졌습니다.”
지역 군 당국은 “러시아군이 (러시아) 점령지에서 민간인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이 민간인들이 자신들 위치를 알릴 단서가 될 말을 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율리야 씨를 비롯해 단 세 명이었다. CNN은 “율리야의 어조는 부드럽고 담담했다. 배에서 모든 것을 잃고 감정이 사라진 듯했다”고 전했다. 남편 올리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아들은 병원 도착 직후 사망했다. 율리야 씨는 아들과 남편을 친척집 마당에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