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5월 24일 日 쿼드 참석 의사… 日언론 “尹측, 日에 옵서버 참석 타진 도쿄서 한미-한일 정상회담 검토”, 인수위 “전혀 논의된 바 없다” 반박 日, 주도권 겨냥 언론플레이 가능성… 尹측 “日의 초조함 드러낸 해프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리느냐를 두고 한일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쿼드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해 일본 방문에 맞춰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일본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일본 측과) 논의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일본에서 열 수 없다는 취지다. 당선인 측에선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 앞서 방한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 당선인 측이 쿼드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하는 방안을 일본에 비공식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윤 당선인 방문에 맞춰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윤 당선인의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은) 굉장히 좋은 그림이라는 공감대가 일본 내에 있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의 방일(訪日)이 꼬인 한일 관계를 푸는 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도가 나오자 윤 당선인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저희와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며 “일본 언론 측 보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저희가 일본에 가서 회의에 참석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방미한 윤 당선인 측 한미 정책협의대표단 관계자도 동아일보에 “미 측과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윤 당선인이 쿼드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하는 방안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다만 한일 정부가 윤 당선인의 옵서버 참석을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 다른 관계자는 “외교부 입장에선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런저런 안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윤 당선인 측은 일본이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 중 실현성이 낮은 윤 당선인 방일 아이디어를 마치 우리가 먼저 제안해 검토 중이라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보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론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이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 측이) 일본에 타진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뒤에선 일본 정부가 윤 당선인이 일본에 가고 싶어 한다는 식으로 언론 등에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윤 당선인 측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는 “일본 입장에선 혹시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열리면 김이 쭉 빠질 것”이라며 “결국 일본 정부의 이런 왜곡은 ‘일본’을 무대로 ‘일본’이 회원국인 쿼드 정상회의가 우선 주목받아야 한다는 그들의 초조함을 그대로 드러낸 해프닝”이라고 꼬집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