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가 만든 ‘NYX―783’ ‘공포기억’ 저장된 신경세포 교란 PTSD 치료제 개발 속도 붙을 듯
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큰 사건이나 사고를 겪은 후 나타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할 실마리를 찾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보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연구위원팀은 미국 예일대와 공동으로 쥐 실험에서 뇌 신경세포의 ‘NMDA 수용체’를 조절하는 약물인 ‘NYX-783’이 PTSD를 완화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지’에 14일 공개했다. PTSD 치료제의 효능과 원리가 동물 실험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TSD는 고통스러운 ‘공포기억’을 지속적으로 겪는 정신질환이다.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정신 치료와 우울증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데 나아지는 비율은 50%에 머문다. 공포기억이 순간적으로 소멸된 것처럼 보여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머릿속에서 회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약사 앱티닉스가 개발해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NYX-783은 신경세포의 막단백질인 NMDA 수용체를 조절해 공포기억이 저장된 신경세포들을 흩뜨린다. 막단백질은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로 세포 사이에서 중요한 생체 신호를 전달하거나 분자를 운반해 약물 표적 치료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공포기억이 저장된 신경세포 사이 신호 전달체계를 바꾸면 저장된 기억이 지워지는 원리다.
실제로 PTSD에 걸린 쥐들은 일반 우울증 약물 치료로는 일주일만 지나도 공포기억이 100% 복구되지만 NYX-783을 투약한 경우 공포기억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위원은 “NMDA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PTSD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