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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조현수 잠적전 ‘마지막 여행’…살인 죄책감은 ‘전혀’

입력 | 2022-04-15 05:48:00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보낸 엽서글.(왼쪽), 조현수가 이은해에게 보낸 엽서글.(오른쪽). 엽서는 이씨가 도주 직전까지 살았던 주거지 우편함 속에 남겨져 있었다.2022.4.14/뉴스1


 ‘계곡사망’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도주한 이은해(31·여)와 조현수(30)는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인 지난해 3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미래에 ‘평범한 삶’을 바라는 마음을 엽서에 담았다.

수신일은 333일 뒤, 수신처는 당시 그들이 살고 있던 인천의 한 주택이었다. 여행의 추억이 담긴 엽서를 1년 뒤 고스란히 손에 담기를 원했을 그들은 현재 잠적한 상태다. 엽서는 그들이 살던 집의 우체함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들은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자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의 1회 조사 과정에서 더 이상의 혐의를 부인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의 선택은 도주였다.

15일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도주한 이씨와 조씨에 대한 인천지검의 전면 재수사 착수 시점은 2021년 2월이다.

당시 이씨와 조씨는 이전에 살던 곳에서 인천의 한 빌라로 새 주거지 계약을 할 때다.

이은해가 도주 직전까지 살았던 인천의 한 빌라 앞. 빌라 정문 앞에는 이씨가 버리고 간 차량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이 차량은 시정돼 있지 않은 상태였으며, 뒷좌석에는 캐리어 가방이 남겨져 있었다. 2022.4.14/뉴스1

이씨는 LH청년전세임대주택사업에 신청을 해 대상자가 됐고, 이 빌라를 계약했다. 이후 계약 다음달인 3월17일 예천의 삼강주막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들 이곳에 거주하던 당시, 검찰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현장검증을 하고, 이씨와 조씨와 관련 있는 30여 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또 이씨와 조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전자정보 및 계좌추적 등 증거 확보를 위한 각종 영장을 14건 발부받아 집행한다.

이씨와 조씨가 잠적하기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난 지난해 3월 당시 이들은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재수사 상황에서 범행이 들통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당시 심경은 경북 예천군 삼강주막에 여행갔을 당시 ‘느린우체통’ 서비스를 이용하며 쓴 엽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씨는 조씨가 333일 뒤 수령하는 엽서에 “(333일 뒤에)우린 그때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 땜시 온갖 풍파 다 겪었는데 함께해 줘서 고맙다. 그때는 별일 없이 평범하게만 잘 살고 있었음 좋겠다”고 남겼다.

조씨는 이씨에게 보내는 엽서에 “우린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지? 아직 살고 있다면 큰 재앙은 없었다는 거겠지?”라며 미래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씨는 새 주거지에서 조씨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이 잠적하기 한달 전인 지난해 11월 양양 복어독 살인미수 사건과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 등 고인에 대한 2건의 살인미수 범행을 확인해 이들을 추가 입건했다.

이어 그해 12월13일 이씨와 조씨에 대한 1회 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이씨와 조씨는 바로 다음날로 예정된 2회 조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이 잠적하기 전 마지막까지 살았던 주거지에는 황급히 도주한 흔적들이 보였다. 이씨의 차량은 빌라 정문 앞에 문이 열린 채로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차량 뒷좌석에는 캐리어가 실려 있었다.

결국 이들은 엽서가 발송되기 333일 전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검찰은 3월30일 이씨와 조씨를 공개수배했으나, 공개수배 17일째인 15일에도 이씨와 조씨의 행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