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방/이은화 지음/268쪽·1만7000원·아트북스
19세기 영국 상징주의 화가 와츠의 유화 ‘희망’은 눈을 가린 여자가 줄 끊어진 리라를 연주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화가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희망’으로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다.
세기가 바뀌어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미국 대중에게 이 그림을 소개하며 희망을 전파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 그림에서 착안한 ‘담대한 희망’을 자서전 제목으로 사용했다.
저자는 60점의 명화를 ‘발상의 방’ ‘행복의 방’ ‘관계의 방’ ‘욕망의 방’ ‘성찰의 방’ 등 다섯 개 범주로 나눠 소개한다. 동아일보 ‘이은화의 미술시간’ 등에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앞서 전한 와츠의 ‘희망’은 ‘성찰의 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림이다.
“예술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창작자가 살던 시대를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림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 예술이 세상을 바꾸거나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삶을 바꾸거나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