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15일 오전 국회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2022.4.15/뉴스1
법조계에선 연일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 저지에 동분서주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완강한 태도에 김 총장이 사퇴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에 청와대가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김 총장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1일 제 44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지 10개월만이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총장이던 22대 김기춘 전 총장 이후 직전 윤석열 당선인까지 임기를 마친 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김 총장 전격사퇴 배경으로는 우선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주도한데 따른 책임론이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의 수사권 조정 강드라이브에 앞장서온데 대한 비토론이 상당한 검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재추진의 책임이 김 총장에게도 일정 부분 있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했다.
김 총장은 사직서 제출 후 입장문에서도 “2019년 법무부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법무부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검찰 내부 여론을 인지하고 있는 김 총장은 그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검수완박 저지 총력전을 펴왔다. 이후 김 총장과 대검이 여론전과 국회 설득전에 집중하면서 사퇴 여론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 총장은 그간 사퇴 시점에 대해 “사표를 내는 것은 쉽다. 그러나 잘못된 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막는게 힘들지만 책임지고 하겠다”며 “그럼에도 도입되면 사직을 열 번이라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법안 통과 시점을 사퇴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5일 오전 국회의장 면담을 요청하며 국회를 방문, 일정 조율이 늦어지자 국회 밖 국회 벚꽃길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다. 이틀 째 국회를 방문한 김 총장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공개 면담한 뒤 돌아갔다.(독자 제공)2022.4.15/뉴스1
그러나 김 총장과 대검의 정치권 설득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수완박 강행 의지를 공공연히 표명하며 강행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일각에서 본회의를 쪼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는 ‘살라미 전술’까지 공공연히 거론했다.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가진 문 대통령 역시 김 총장과 면담에 선을 그은 것도 사의 표명을 결정하게 된 한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김 총장과 면담 시점이 법안 통과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국회 설득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검수완박 저지 노력에 결정적 타격이 됐다. ‘졸속입법’ ‘의회독재’ 프레임 속 지방선거 역풍을 우려해온 민주당 내 소신파의 입지가 완전히 사라지며 강행처리를 주장하는 매파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로 예정된 법사위 현안질의 역시 한 후보자 지명 이후 관심 주제가 완전히 변했다는 평가다. 검수완박 관련 논의 대신 한 후보자를 두고 여야 공방으로 점철돼 주제가 변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때문에 김 총장도 법사위 현안질의 참석의 실효성을 두고 깊이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총장이 전격 사의 표명에 따라 향후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의 줄사표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11일 전국검사장회의에서는 “검사장들도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총사퇴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오는 19일 예정된 전국 평검사회의는 검란(檢亂) 발발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전국 18개 지검 42개 지청이 참여하는 평검사회의에서는 검수완박을 주제로 난상 토론이 예상된다. 검찰 구성원 절대다수가 검수완박에 반대 한목소리를 내는 만큼 향후 집단행동 등 조직적 대응 방향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