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서 고군분투 ‘뮤지컬 헌터’ 최윤하 PD 인터뷰
뮤지컬 ‘킹키부츠’ ‘물랑루즈!’ ‘백투더퓨처’….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의 극장가를 달구며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 뮤지컬들은 얼핏 보면 한국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엔 세계 초연 제작 단계서부터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세 작품의 공동제작에 나선 것. 이 과정에서 중심축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 2014년 홀연히 한국을 떠나 8년 넘게 브로드웨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최윤하 PD(40)가 주인공이다.
CJ ENM 공연사업부 소속인 그의 업무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할 뮤지컬을 찾는 것이다. 일단 그가 될성부른 작품을 찾아내면 회사는 공동 제작에 나선다. 그를 사로잡은 작품들은 미국 토니상과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며 명작 반열에 올랐다. 13일 뉴욕 현지에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8년 간 성공도 했지만 실패도 참 많이 했어요. 대본 리딩부터 창작진 구성, 배우 캐스팅, 트라이아웃, 초연까지…. 작품 올리는 데에만 5~6년 씩 걸리는 브로드웨이는 정말 인내심이 필요한 곳입니다.(웃음)”
그의 안목을 거쳐 CJ ENM이 공동제작한 작품들엔 관객뿐 아니라 평단의 호평도 쏟아졌다. 신디로퍼가 작곡가로 나선 ‘킹키부츠’는 2019년 토니상 시상식서 6개 부문을 휩쓸었고, 2019년 초연된 ‘백투더퓨처’는 올해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신장 뮤지컬 작품상을 받았다. “개발 초기 작품을 선정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있어요. 이를 토대로 한국적인 스토리 기반의 작품을 만들어 양국의 창작진과 협업해 세계무대에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품당 50만~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공동 제작자가 되면 모든 프로덕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회의 참석은 그가 뉴욕에 ‘1인 사무실’을 차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의 성공 이후 보수적인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한국문화를 하위문화가 아닌 예술로 대우하죠. 과거보다 훨씬 더 한국인의 관점과 취향을 궁금해 하고요.”
걸음마 수준이지만 한국 뮤지컬의 판권 해외 수출도 이루어지고 있다. 2016년 국내 초연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대표적이다. 미국 공연 제작사가 판권을 사가 2020년 1월 애틀란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렸고, 현재 브로드웨이 초연을 준비 중이다. 공연의 창작진과 배우들 모두 미국인이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한국 뮤지컬 시장은 해외 제작사에 고가의 로열티를 내며 라이선스 작품을 주로 올려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어쩌면…’을 본 브로드웨이 관계자 반응도 무척 좋았어요. 애틀란타 초연도 물론 좋은 리뷰를 받았죠.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보다도 새로운 화두가 될만한 작품을 찾는 최근 브로드웨이 취향을 저격한 작품입니다.”
뉴욕 살이 8년차, 이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진 않을까. “5년? 아니 3년만 있어도 한국인이 만든 좋은 뮤지컬들이 브로드웨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전까지 당분간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하하.”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