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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추억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입력 | 2022-04-18 03:00:00

이현건 엘림 마리나&리조트 회장




“제가 간직한 추억과 느꼈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현건 엘림 마리나&리조트 회장(64)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소망한 일들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침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선율이 리조트 1층 아날로그홀을 가득 채웠다. 이 회장은 1930년대 미국 한 극장에서 쓰였던 대형 스피커와 진공관 확성기를 만지면서 “최고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뇌에 빠졌던 베토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지 않냐”고 했다.

이곳에는 음향 장비뿐만 아니라 영사기, 녹음기 등 수백 년 된 복고풍 전시품을 일반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18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르골 태엽을 몇 바퀴 돌려 감자 멘델스존이 1843년 작곡한 ‘결혼행진곡’의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하나둘씩 수집한 것”이라며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평소 접하기 힘든 옛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기 김포에서 정밀 계측기기를 국산화해 54개국에 수출하는 연매출 3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경영했다. 2013년 영국 회사의 제의로 이 회사를 매각했다.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던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뒤돌아보니까 벌써 오십이 넘은 나이였다. 여생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때부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5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바이크 갤러리에서 이현건 엘림 마리나&리조트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약 40대의 빈티지 오토바이를 전시 중이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이크였다. 이 회장은 “바이크 소리와 진동이 나를 완전 흥분시켰다”며 “처음 탔을 때 막 웃음이 나더니 이게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쇳덩이로 된 엔진이지만 사람의 심장처럼 쿵쾅거렸다. 타면 탈수록 교감하고, 옛 추억이 떠오르는 아날로그적인 맛에 매료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에는 5대 정도만 회사에 가져다 놓고 바이어들이나 귀빈들이 오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외국 바이어들이 좋아해 조금씩 샀고, 이제 40대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회장은 리조트에 할리데이비슨과 BMW의 빈티지 오토바이를 감상할 수 있는 ‘바이크 갤러리’를 세웠다. 이곳도 관람과 체험이 모두 무료다.

아름다운 남해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엘림 마리나&리조트의 전경. 엘림 마리나&리조트 제공

다음은 요트였다. 이 회장은 방문객들이 고급 요트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80억 원에 달하는 슈퍼요트 ‘아지뭇80’과 27인승 파워요트 2대와 12인승 제트보트 2대를 구입해 리조트에 배치했다. 탁 트인 남해 바다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리조트 레스토랑에서는 연어로제파스타, 바질 알리오올리오, 볼로녜세 등의 이탈리아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이 회장은 “리조트가 있는 남해는 81개 섬과 쪽빛 바다가 있는 곳”이라며 “국내 최고의 풍광을 즐기며 이색적인 문화 레저 체험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맛’과 ‘멋’이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7월 문을 연 리조트 이름 ‘엘림’은 성경에 나오는 지명이다. 샘물 12개와 종려나무 70그루가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다. 이 회장은 리조트가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힐링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고 평생 남을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 주고 싶다. 앞으로 ‘추억 전도사’라고 불러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