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억5000만원으로 시작… 출판계, 최종 선인세 10억 예상 드라마 시즌 2, 3 제작 가능성에 마케팅 비용없이 추가 수익 기대 일각 “국내 작가 키우기보다 과도한 해외작가 잡기에 집중”
이민진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의 한 장면.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떠나 일본과 미국으로 간 이민자의 처절한 삶을 다룬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최근 애플TV플러스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는 이민진(54)의 원작 소설 ‘파친코’의 최소 선인세(출판 계약금)가 20만 달러(약 2억4590만 원)로 정해졌다. 출판계에서는 입찰 경쟁이 붙으면 최종 선인세가 1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일본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64)보다 높은 것으로, 무라카미 하루키(73)의 선인세 수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7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민진의 판권 계약을 대행하고 있는 에릭양 에이전시가 ‘파친코’ 판권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선인세로 20만 달러를 이달 중순 주요 출판사들에 통보했다. 그의 전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2008년) 판권도 함께 넘기는 조건이다. 마감일은 18일. 앞서 2018년 3월 문학사상 출판사가 판권을 따내 출간한 기존 책은 21일 계약이 만료된다.
출판계는 드라마 흥행 여파로 원작 판매가 급증한 만큼 최종 선인세가 1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파친코’ 1, 2권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13일 판매가 중지되기 직전까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를 휩쓸었다.
이민진이 문학사상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판권 입찰을 결정한 데 대해 출판계는 선인세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기존 책의 한글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출판계가 국내 작가를 키우기보다 과도한 선인세 경쟁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돈 놓고 돈 먹기’식 판권 경쟁이 출판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은 제작과 광고, 마케팅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43만 부만 팔려 출판사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유명 작가의 신작이나 영화, 드라마의 원작이 베스트셀러를 독차지하는 국내 출판계 풍토가 선인세를 높이고 있다”며 “특정 해외작가의 선인세를 높이는 데 골몰하기보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