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지바 롯데 마린스 인스타그램〉
사춘기 아들에게 로키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디즈니플러스에서 만든 6부작 미드”라고 답하더군요. 평론가들과 일반 시청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야구팬들도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로키가 탄생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佐¤木 朗希)입니다. 로키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야구 선수’를 넘어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7일. 니혼팸 파이터스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한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엔 단 1이닝이 모자란 8이닝 퍼펙트 피칭을 했습니다. 8회초까지 24명의 타자를 상대로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지요. 9회초에 구원 투수 마스다 나오야로 교체되면서 세계 최초의 2경기 연속 퍼퍽트게임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기는 연장 10회초 솔로 홈런을 때린 니혼햄의 1-0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심을 받은 것은 17이닝 연속 퍼펙트 피칭을 이어간 ‘괴물’ 사사키였습니다. 사사키는 8회까지 102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1이닝을 더 던질 법도 했지만 이구치 다다히토 감독은 과감하게 그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7회를 마쳤을 때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8회에 교체할 생각이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기록을 바랐던 야구팬들 중에는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사키는 8회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을 때에도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거든요.
그런데 사사키라는 괴물 투수는 어떻게 이렇게 깜짝 스타로 출현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사사키는 고교 3학년이던 3년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운명의 한일전에도 출전한 적이 있는 투수입니다. 2019년 부산 기장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그 무대였습니다.
1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 볼파크에서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조별리그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린다. 일본 사사키 로키가 외야에서 몸을 풀고 있다. 기장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단순히 공만 빨랐던 사사키가 진정한 ‘괴물 모드’로 개조를 시작한 것은 프로 입단 후입니다. 2020년 지바 롯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것이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 신인이던 그해 사사키는 1차 지명 유망주답게 1년 내내 1군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1군에 머물기만 했을 뿐 경기에 출전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시험 삼아 등판 기회를 줄만도 했지만 이구치 감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직 경기에 나설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렇다고 2군으로 내려서 경기를 뛰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픈 데도 없었던 사사키는 1년 내내 경기에는 전혀 나서지 않으면서 모든 1군 일정을 동행할 뿐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흔히 말하는 ‘육체강화’에 주력했습니다. 철저한 스케줄에 따라 몸을 불리고, 근력을 키웠습니다. 동시에 제구력을 잡는데도 많은 노력을 했지요. 그리고 지난해 비로소 1군 무대에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습니다.
일본프로야구(NPB) 지바 롯데의 사사키 로키(21·사진)가 28년 만에 리그 통산 16번째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지바 롯데 마린스 인스타그램〉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한 그는 3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무려 56개나 잡았습니다. 9이닝을 기준으로 하면 16.26개라는 경이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지금대로라면 사사키는 내년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 대표팀 승선이 유력합니다. 한국 타자들로서는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또 한 명의 ‘괴물’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입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