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 - WSJ 갈무리
최근 일본 주요 기업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일부 주(州)정부가 ‘주 4일제’를 법제화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수년 간 진행한 실험이 주요 국가에서 제도로 도입되고 있는 것.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재택 및 단축 근무를 경험하고, 직원들의 ‘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 도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500명 이상 규모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40시간에서 근로 시간을 더 압축한 것이다.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초과로 일한 부분은 정규 급여 1.5배 이상의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기업 2600여 곳과 주 노동인력 5분의 1이 영향을 받게 된다.
WSJ은 “그동안 기업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주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주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3900만여 명으로 미국 주 중에서 가장 인구도 많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벨기에는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허용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실험을 실시해,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스페인도 지난해 희망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3년간 주 4일제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미 CNBC방송은 “올해 미국과 캐나다의 38개 기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주 4일제 영향 측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대기업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1일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 주 4일제 법안까지 등장한 데에는 그만큼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치솟고 사람을 뽑는 기업이 늘면서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해주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대량 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보다 삶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직장 이탈을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법안 발의를 이끈 민주당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의원은 대량 사직 현상을 언급하면서 “과거 산업 혁명에 기여했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은 근무 시간과 더 나은 생산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 4일제로의 전환은 벌써 시행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노사(勞使)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고, 심지어 37%는 이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5% 삭감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