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우크라서 성폭행해도 된다”던 러軍 아내, 4세 아이 엄마였다

입력 | 2022-04-18 14:26:00


러시아 군인 남편 로만 비코프스키(27)와 아내 올가 비코프스카야. 자유유럽방송(RFE/RL) 유튜브 갈무리

우크라이나를 침략 중인 군인 남편에게 “우크라이나 여성은 성폭행해도 괜찮다”고 말한 러시아 여성의 신상이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자유유럽방송(RFE/RL)에 따르면 이 충격적인 내용의 통화를 주고받은 부부는 러시아 군인 로만 비코프스키(27)와 그의 아내 올가 비코프스카야로, 둘 사이에는 4세 아들도 1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SBU)은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감청한 러시아 군인과 그의 아내의 30초짜리 통화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바 있다.

해당 통화 녹음에서 아내 올가는 남편 로만에게 “그래 거기서 그냥 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성폭행해”라고 말한다. 이어 “내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알았지?”라며 웃기도 한다. 로만이 “정말 그래도 되냐”고 재차 묻자, 올가는 “응, 허락할게. 대신 피임은 꼭 해”라고 당부한다. 아내가 남편의 전쟁 성범죄를 사실상 묵인한 셈이다.

자유유럽방송은 이후 우크라이나 보안국 취재원을 통해 해당 전화번호를 건네받았고, 이를 토대로 이들의 SNS 계정을 찾아 신상을 확인했다. 이들 부부는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 떨어진 오룔에서 나고 자랐으며, 2018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로 가족과 함께 이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러시아 군인 남편 로만 비코프스키(27)와 아내 올가 비코프스카야. 자유유럽방송(RFE/RL) 유튜브 갈무리

매체는 두 사람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로만은 현재 헤르손이 아닌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 중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SBU가 공개한 통화 녹음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아내 올가 또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남편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매체는 SBU가 공개한 통화 녹음 속 남녀의 목소리가 자신들이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로만-올가 부부의 목소리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들 부부는 지난 13일 SNS 계정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매체는 이들의 통화가 단순 농담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상대로 한 러시아군의 만행이 잇따라 공개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충격이 더 컸다고 꼬집었다.

현재 러시아군은 성폭행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우크라이나 영국 대사인 멜린다 시몬스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아이들 앞에서, 소녀들은 가족들 앞에서 성폭행당하고 있다. 이는 아주 의도적인 정복 행위”라고 비난했다.

성폭행은 엄연한 전쟁범죄이며 성폭행으로 기소된 군인은 국제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아울러 성폭행을 저지른 군인의 지휘관 또한 이를 알고도 막지 않으면 처벌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러시아군의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며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거나 전쟁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